봉숭아 / 서연정 꽃시 봉숭아 서 연 정 봉숭아꽃 그리움을 깎는다 소금 섞은 봉숭아 속속들이 쓰라리게 스며 첫눈 내릴 무렵 발톱이 입술처럼 붉었다 누군가의 집 앞을 서성이는 동안에도 발톱은 자라고 가위가 지나갈 때면 꽃빛 만월이 그믐달로 살을 내리며 빠져나간다 마음은 그 자리에 차오르느라 다시 쓰리다 막막한 .. 꽃시 사랑 2009.02.06
인동초 / 김상훈 꽃시 인동초 김상훈 살을 에는 매운 바람 몰아쳐 와도 깃 같은 잎을 세워 한결 푸르리 아슬한 벼랑 온통 얼음 깔려도 쉬지 않고 그 위로도 뻗어 오르리 이 겨울 다 하도록 뼈가 아려도 끝끝내 인동하고 살아 남으리 봄이 오면 금은화 곱게 피워서 회청(回靑)의 하늘 가득 향기 뿜으리 내 오늘 인동초로 산다 꽃시 사랑 2009.02.04
채송화 / 최연주 꽃시 채송화 최연주 얼마나 좋은 날이기에 얼마나 고마운 해님이기에 시샘바람 모질게 불어도 일편단심 한 마음으로 피네 꽃밭에 모여든 벌들 꽃잎에 입맞춤하는 나비들 모두가 사이좋게 어울리는 것은 주님의 참사랑일까 어디서 왔을까 이 고운 빛 어디서 왔을까 이 찬연한 자태 온몸을 적시네 순종의 향.. 꽃시 사랑 2009.02.02
금강초롱 / 서지월 꽃시 금강초롱 서지월 초롱 초롱 금강초롱 이 산에는 누가 살고 저 산에는 누가 사나? 우리 엄마 가마 타고 연지 찍고 시집 올 때 산고개 고개마다 길 밝히던 금강초롱. 초롱 초롱 금강초롱 이 산에는 뻐꾹새 울음 저 산에는 쑥꾹새 울음 우리 누나 호미 차고 도라지 캐러 갈 때 산구비 구비마다 불 밝히던 금.. 꽃시 사랑 2009.01.30
목련화 / 김신오 꽃시 목련화 김신오 담 모롱이 타고도는 여인의 옷자락 행여 잡힐까 몸을 흔들고 간다. 달빛으로 피어난 하얀웃음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어깨 위로 떨어지고 가슴 깊이 흔들리는 목련그림자 마당 가득 눈처럼 환하다. 꽃시 사랑 2009.01.29
에델바이스 / 오정방 꽃시 에델바이스 오정방 보송 보송 곱구나 솜다리 에델바이스 높고 높은 산 위에 다소곳이 피었구나 도시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산 바위 틈 사람의 발길 뜸한 곳에 초연히 사는구나 속세의 반목과 질시 분쟁을 멀리 떠나 언제 너 이토록 높이도 올라와 있었구나 바람과 구름이 너의 고마운 친구로구나 다람.. 꽃시 사랑 2009.01.12
해바라기 / 유소례 꽃시 해바라기 草里 유소례 당신을 해바라기라 부르고 싶습니다 햇살이 박히도록 시계 바늘 굴리는 것은 배신을 모르는 당신만의 몸짓입니다 긴 척추가 범 같은 폭풍에 차라리 명을 버릴지라도 휘지 않는 의미는 당신의 지고한 자존심입니다 다소곳이 아미를 낮게 하고 햇빛을 좇아 가슴을 익히는 의미는 .. 꽃시 사랑 2009.01.08
부겐베리아 / 이해인 꽃시 부겐베리아 이 해 인 분홍, 하양, 빨강 색종이들이 나무마다 나부끼네요 해 아래 밝게 웃으면 오래오래 행복하다고 날마다 가슴속에 빛을 많이 넣어 두라고 나뭇잎을 흔들며 행복을 물들이는 부겐베리아 꽃잎을 몇 개 따서 행복인형 만드니 나도 금방 행복해지네 꽃시 사랑 2008.12.16
난초 / 정지용 꽃시 난 초 정 지 용 난초닢은 차라리 수묵색. 난초닢에 엷은 안개와 꿈이 오다. 난초닢은 한밤에 여는 다문 입술이 있다. 난초닢은 별빛에 눈떴다 돌아눕다. 난초닢은 드러난 팔구비를 어쩌지 못한다. 난초닢에 적은 바람이 오다. 난초닢은 칩다. 꽃시 사랑 2008.11.27
장미 / 김순남 꽃시 장미 아름 김순남 누구를 찔러 볼까 한때는 아침 햇살처럼 쏟아지던 관심도 비리고 진한 사랑도 다 사라졌구나 찔리고 찔린 자리마다 분노로 돋아난 가시 때때로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고독 시들어 떨어지는 한 생애의 모퉁이에서 울 밖의 하늘을 향해 고개 내밀어 본다. 솟구치는 누군가의 심장을 찔.. 꽃시 사랑 2008.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