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화 / 정규화 꽃시 황 매 화 정 규 화 내가 다시 네 이름 부를 것을 몰랐겠지 대나무 울타리에 기대어 노랗게 꽃을 피워 두고 바람결에 잎새만은 유연하더라 가지마다 가지마다 꽃을 피우며 서리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 그 꽃이 황매화였다 네 이름을 몰랐던 어린 날부터 무척이나 좋아했다 너만 보면 미칠 것만 같은데 너.. 꽃시 사랑 2008.08.12
유채꽃 / 이해인 꽃시 유 채 꽃 이 해 인 산 가까이 바다 가까이 어디라도 좋아요 착하게 필 거예요 같은 옷만 입어도 지루할 틈 없어요 노랗게 익다 못해 나의 꿈은 가만히 기름이 되죠 하늘과 친해지니 사람 더욱 어여쁘고 바람과 친해지니 삶이 더욱 기쁘네요 수수한 행복 찾고 싶으면 유채꽃밭으로 오세요 꽃시 사랑 2008.08.07
천리향 / 이해인 꽃시 천리향 이 해 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향기 멀리 계십시오 오히려 천리밖에 계셔도 가까운 당신 당신으로 말미암아 내가 꽃이 되는 봄 마음은 천리안 바람 편에 띄웁니다 깊숙이 간직했던 말 없는 말을 향기로 대신하여 ..... 꽃시 사랑 2008.08.04
은방울꽃 / 이해인 꽃시 은방울꽃 이 해 인 삶이란 종소리를 듣는 기쁨인가요? 오늘도 살아있다고 종을 치세요 작게 낮게 그러나 당당하게! 가슴에 쌓인 노래들이 마침내 터져나와 조롱조롱 달려 있는 하얀 기쁨들 원하시면 드릴게요 종소리와 함께 암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님의 쾌유를 빌면서 기도 바칩니다. 이해인 수녀님.. 꽃시 사랑 2008.08.01
매화 / 정광화 꽃시 매화(梅花) 정 광 화 겨울 찬바람에 동화(同和)된 찬달 아래 처연히 조응(照應)된 매화 숭고한 기세에 적설(積雪)에 놀란 설화(雪花)는 한월(寒月)을 굴복시키고 활화산 같은 향기 쩌렁쩌렁 칼끝처럼 뾰족하게 억 겹이 터졌다 월광(月光)에 젖은 별들의 노래를 엮어 춘풍(春風)이 계절에 피어오른 아찔한.. 꽃시 사랑 2008.07.30
민들레 / 배찬희 꽃시 민들레 배 찬 희 바람의 목소리로만 이야기하리라 태양의 오랜 갈증으로만 사랑하리라 죽음조차도 조객을 부르지 않는 그 결벽함으로 고백하노니 민들레 향기를 잃고 손님을 잃어버린 죽어서 더욱 빛나는 네 이마 위에서 순결을 보았노라 민들레 제 무덤까지도 마셔버리는 그 냉정함으로 울어대는 .. 꽃시 사랑 2008.07.25
민들레의 연가 / 이해인 꽃시 민들레의 연가 이해인 은밀히 감겨 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 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날마다 봄 하늘에 시를 쓰는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얇은 씨를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해에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 꽃시 사랑 2008.07.24
모란 / 김성춘 꽃시 모 란 김 성 춘 그의 자줏빛 정원은 깊다 바람이 불 때마다 보일 듯 말 듯한 자줏빛 그의 영혼 시간이 아무리 가도 지워지지 않는다 내 젊음의 상처 봄날 아침처럼 생생하다 오늘 내 발끝까지 씻어 내리는 자줏빛 그의 순결 자줏빛 그의 하늘 봄날 아침 손을 잡는다 꽃시 사랑 2008.07.22
달맞이꽃 소녀 / 다찌하라 미찌조오 꽃시 달맞이꽃 소녀 다찌하라 미찌조오 슬픔은 아니었던 날의 흐르는 구름 아래서 나는 네가 흔히 쓰던 말을 외웠다. 그것은 하나의 꽃 이름이었다. 그것은 노랑색 연하고 아련한 꽃이었다.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무엇인가 알고 싶어 멍청한 상태였다. 그리고 때때로 생각하기를 도대체 무엇을 누가 .. 꽃시 사랑 2008.07.18
석류 / 발레리 꽃시 석 류 발 레 리 너무 많은 알맹이에 견디다 못해 반쯤 방싯 벌려진 단단한 석류여 스스로 눈을 떠서 황홀해 하는 고결한 이마를 나는 보는 것만 같다! 오, 방싯 입 벌린 석류여 네가 겪어 온 세월이 오만스럽게도 너희들로 하여금 애써 이룬 홍옥의 간막이를 삐걱거리게 해도 또한 껍질의 메마른 황금이.. 꽃시 사랑 2008.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