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 사랑

봉숭아 / 서연정 꽃시

박남량 narciso 2009. 2. 6. 15:31

 

    봉숭아


   서 연 정


   봉숭아꽃 그리움을 깎는다
   
   소금 섞은 봉숭아
   속속들이 쓰라리게 스며
   첫눈 내릴 무렵 발톱이 입술처럼 붉었다

   누군가의 집 앞을 서성이는 동안에도
   발톱은 자라고
   
   가위가 지나갈 때면
   꽃빛 만월이
   그믐달로 살을 내리며
   빠져나간다
   마음은 그 자리에 차오르느라
   다시 쓰리다

   막막한 전갈처럼
   길을 파묻어버리는 눈보라

   쏟아질 곳 없는 마음으로
   나가선 오지 않는 시간을 만난다
   텅 빈 그 자리에 번져서
   옅어지지 않는 봉숭아물
   
   시간은
   발톱처럼 깎아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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