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 사랑

들국화 / 김용택 꽃시

박남량 narciso 2009. 2. 22. 14:47

 

   들국화


   김용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 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 번 피는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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