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 정광화 꽃시 매화(梅花) 정 광 화 겨울 찬바람에 동화(同和)된 찬달 아래 처연히 조응(照應)된 매화 숭고한 기세에 적설(積雪)에 놀란 설화(雪花)는 한월(寒月)을 굴복시키고 활화산 같은 향기 쩌렁쩌렁 칼끝처럼 뾰족하게 억 겹이 터졌다 월광(月光)에 젖은 별들의 노래를 엮어 춘풍(春風)이 계절에 피어오른 아찔한.. 꽃시 사랑 2008.07.30
묵상 / 그대도 느꼈겠지요 그대도 느꼈겠지요 그대도 느꼈겠지요? 무언가 선명치 않고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그래서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한 그런 것을. 그대가 그렇듯이 나 또한 그대에게서 비슷한 것을 느낍니다. 혹시 우리는 진실을 대면할 용기가 없어서 서로에 관한 솔직한 느낌 드러내야 할 부분들을 접어둔 채 그저 적.. 삶의 묵상 2008.07.28
민들레 / 배찬희 꽃시 민들레 배 찬 희 바람의 목소리로만 이야기하리라 태양의 오랜 갈증으로만 사랑하리라 죽음조차도 조객을 부르지 않는 그 결벽함으로 고백하노니 민들레 향기를 잃고 손님을 잃어버린 죽어서 더욱 빛나는 네 이마 위에서 순결을 보았노라 민들레 제 무덤까지도 마셔버리는 그 냉정함으로 울어대는 .. 꽃시 사랑 2008.07.25
민들레의 연가 / 이해인 꽃시 민들레의 연가 이해인 은밀히 감겨 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 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날마다 봄 하늘에 시를 쓰는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 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얇은 씨를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해에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 꽃시 사랑 2008.07.24
모란 / 김성춘 꽃시 모 란 김 성 춘 그의 자줏빛 정원은 깊다 바람이 불 때마다 보일 듯 말 듯한 자줏빛 그의 영혼 시간이 아무리 가도 지워지지 않는다 내 젊음의 상처 봄날 아침처럼 생생하다 오늘 내 발끝까지 씻어 내리는 자줏빛 그의 순결 자줏빛 그의 하늘 봄날 아침 손을 잡는다 꽃시 사랑 2008.07.22
달맞이꽃 소녀 / 다찌하라 미찌조오 꽃시 달맞이꽃 소녀 다찌하라 미찌조오 슬픔은 아니었던 날의 흐르는 구름 아래서 나는 네가 흔히 쓰던 말을 외웠다. 그것은 하나의 꽃 이름이었다. 그것은 노랑색 연하고 아련한 꽃이었다.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무엇인가 알고 싶어 멍청한 상태였다. 그리고 때때로 생각하기를 도대체 무엇을 누가 .. 꽃시 사랑 2008.07.18
석류 / 발레리 꽃시 석 류 발 레 리 너무 많은 알맹이에 견디다 못해 반쯤 방싯 벌려진 단단한 석류여 스스로 눈을 떠서 황홀해 하는 고결한 이마를 나는 보는 것만 같다! 오, 방싯 입 벌린 석류여 네가 겪어 온 세월이 오만스럽게도 너희들로 하여금 애써 이룬 홍옥의 간막이를 삐걱거리게 해도 또한 껍질의 메마른 황금이.. 꽃시 사랑 2008.07.11
수선화 / 윌리암 워즈워드 꽃시 수 선 화 윌리암 워즈워드(영국) 골짜기와 산 위에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나는 홀로 헤매었다. 그때에 나는 갑자기 한 때의 수많은 금빛 수선화를 보았다. 호숫가 나무 밑에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고 있는. 은하수의 찬란히 반짝이는 별들처럼 연달아 수선화는 호만의 가장자리에 끝없는 줄로 뻗쳐 있.. 꽃시 사랑 2008.07.09
들국화 / 정규화 꽃시 들 국 화 정 규 화 산과 들에서 얻은 것이라면 그리움이라도 되돌려 주고 꽃을 피우거라 찬 서리 맞으며 피었지만 서둘 필요는 없다 우리는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서 다시 만난다면 오늘보다 더 다정해지겠지 내가 버리지 못하는 그리움도 너의 색깔과 향기도 우리가 흙이 된 다음에는 다 부질없는 .. 꽃시 사랑 2008.07.08
코스모스 / 이형기 꽃시 코 스 모 스 이 형 기 언제나 트이고 싶은 마음에 하야니 꽃 피는 코스모스였다. 돌아서며 돌아서며 연신 부딪치는 물결 같은 그리움이었다. 송두리째-희망도, 절망도, 불타지 못하는 육신 머리를 박고 쓰러진 코스모스는 귀뚜리 우는 섬돌 가에 몸부림쳐 새겨진 어룽이였다. 그러기에 더욱 흐느끼지 .. 꽃시 사랑 2008.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