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 박경현 꽃시 자목련 박경현 이글거리는 보랏빛 정욕 내뿜다 오르가슴 한번 제대로 못 느낀 처연한 곤충이어라. 눈보라 차디찬 바람 용히도 이겨내고 한 뼘 봄기운 조급히 즐기려는 조바심의 멍울이어라. 그 뉘를 향한 우직한 수줍음인가? 그 뉘를 찾는 기름진 용솟음인가? 그 뉘를 달랠 처절한 몸부림인가? 꽃시 사랑 2008.09.03
묵상 / 꽃밭에 서면 꽃밭에 서면 꽃밭에 서면 큰 소리로 꽈리를 불고 싶다. 피리를 불듯이 순결한 마음으로 꽈리 속의 자디잔 씨알처럼 내 가슴에 가득 찬 근심 걱정 후련히 쏟아 내며 꽈리를 불고 싶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동그란 마음으로 꽃밭에 서면 저녁노을 바라보며 지는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싶다. 남의.. 삶의 묵상 2008.08.22
들국 / 김용택 꽃시 들국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무슨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 꽃시 사랑 2008.08.21
모란 / 이 몽 희 꽃시 모 란 이 몽 희 누구를 위로하려고 여기에 온 것 아닙니다 누구에게 희망을 주려고 여기서 핀 것 아닙니다 지나가다 잠깐 스치는 눈길 가만히 이름 불러주는 목소리가 그리워 천년을 살 듯 목을 늘이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꽃시 사랑 2008.08.20
묵상 /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 살아 있음의 특권이라네 살아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 살아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 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 간절히 소망했던 내일 지금 내가 비록 힘겹고 쓸쓸해도 살아 있음은 무한한 축복 .. 삶의 묵상 2008.08.19
묵상 / 꽃씨 편지 꽃씨 편지 그대가 내게 준 꽃씨 봉지는 글씨 하나 없어도 가장 길고 확실한 사랑의 편지로 나를 설레이게 해요 꽃씨 하나 땅속에 내 마음속에 떨어져 꽃을 피울 그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며 나는 내내 그대만 생각할 거예요 조그만 꽃씨처럼 우리의 사랑 또한 다시 피어 열매 맺게 될 거예요 시 / 이 해.. 삶의 묵상 2008.08.12
황매화 / 정규화 꽃시 황 매 화 정 규 화 내가 다시 네 이름 부를 것을 몰랐겠지 대나무 울타리에 기대어 노랗게 꽃을 피워 두고 바람결에 잎새만은 유연하더라 가지마다 가지마다 꽃을 피우며 서리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 그 꽃이 황매화였다 네 이름을 몰랐던 어린 날부터 무척이나 좋아했다 너만 보면 미칠 것만 같은데 너.. 꽃시 사랑 2008.08.12
유채꽃 / 이해인 꽃시 유 채 꽃 이 해 인 산 가까이 바다 가까이 어디라도 좋아요 착하게 필 거예요 같은 옷만 입어도 지루할 틈 없어요 노랗게 익다 못해 나의 꿈은 가만히 기름이 되죠 하늘과 친해지니 사람 더욱 어여쁘고 바람과 친해지니 삶이 더욱 기쁘네요 수수한 행복 찾고 싶으면 유채꽃밭으로 오세요 꽃시 사랑 2008.08.07
천리향 / 이해인 꽃시 천리향 이 해 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향기 멀리 계십시오 오히려 천리밖에 계셔도 가까운 당신 당신으로 말미암아 내가 꽃이 되는 봄 마음은 천리안 바람 편에 띄웁니다 깊숙이 간직했던 말 없는 말을 향기로 대신하여 ..... 꽃시 사랑 2008.08.04
은방울꽃 / 이해인 꽃시 은방울꽃 이 해 인 삶이란 종소리를 듣는 기쁨인가요? 오늘도 살아있다고 종을 치세요 작게 낮게 그러나 당당하게! 가슴에 쌓인 노래들이 마침내 터져나와 조롱조롱 달려 있는 하얀 기쁨들 원하시면 드릴게요 종소리와 함께 암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님의 쾌유를 빌면서 기도 바칩니다. 이해인 수녀님.. 꽃시 사랑 2008.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