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 사랑

들국 / 김용택 꽃시

박남량 narciso 2008. 8. 21. 15:41

 

       들국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무슨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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