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 당신에게 당신에게 흠뻑 젖으실래요? 슬퍼도 울 줄 모르는 당신 기뻐도 웃을 줄 모르는 당신 오늘은 한 번 실컷 젖어 보세요 젖어서 외쳐 보세요 나는 젖어 있다 나는 살아 있다 진정 젖어서 살아 뛰는 당신의 힘찬 목소리를 나는 꼭 한 번 듣고 싶거든요 시 / 이 해 인 삶의 묵상 2008.07.01
봉숭아 / 김옥자 꽃시 봉숭아 김 옥 자 봉숭아 꽃 물 들이던 갈대 엮은 울타리 밑 내가 심은 그리운 임 지금도 피어 있는지 아버님 쌓은 담장 안에 어머님 향 피어 오르는 내가 떠난 그 후에 누가 꽃을 키우는지 목청 좋은 울 언니 노래 한 곡 심어놓고 솜씨 좋은 내 동생 그림 한 장 묻어놓고 오늘도 생각나는 초가삼간 시골.. 꽃시 사랑 2008.06.27
상사화 / 이해인 꽃시 상 사 화 이 해 인 아직 한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 꽃시 사랑 2008.06.25
달리아꽃 / 이해인 꽃시 달리아꽃 이 해 인 웬 생각이 그리도 많담? 웬 기도가 그리도 오래 걸린담? 달리아는 높이높이 잎을 포개며 가슴마다 하늘을 담네 책을 너무 많이 읽어 잠시 웃음을 잃어버린 성자와 같이 오늘도 경건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한여름을 견디네 꽃시 사랑 2008.06.20
석류꽃 / 이승자 꽃시 석류꽃 이승자 내뱉은 꼭두서니 입술 하나 터뜨렸나 다홍구슬 알알이 쏟아지려나 눈이 신 감이로운 꽃이슬 흥근히 흥근히 고여 넘치리 벌나비도 잠을 설친 후원에 초롱 밝힌 별당 아가씨 첩첩 규방 안에 고개 숙여도 뙤약볕을 노근노근 속으로 들이켰다 가을 하늘 한 조각 깨물고 곤지 찍고 석류잠 꽂.. 꽃시 사랑 2008.06.18
다알리아 / 폴 베르레느 꽃시 다알리아 폴 베르레느 황소 눈처럼 조용히 뜨는 탁한 밤색 눈을 한 딱딱한 유방의 여인이여 너의 커다란 몸은 새 대리석마냥 빛난다. 기름진 풍만한 꽃이여 너희 둘레에는 아무런 향기도 떠돌지 않건만 너희 몸의 명랑한 아름다움은 그 완전한 조화를 펼쳐서 정복을 한다. 너는 말먹이를 널러 오는 여.. 꽃시 사랑 2008.06.17
동백꽃 / 김창식 꽃시 동백꽃 김 창 식 지팡이 던진 바람 깊은 잠 흔들어 붉은 정열은 피를 토해 들고 선다 신비한 봉오리 잎사귀 틈바구니로 비집고 솟아난 그대 설한은 비켜가고 미소로 반기는 하늬바람 돌아볼 겨를없이 피고 지는 반복 속에 얼어붙은 가슴 열어주는 내 뜨거운 사랑이여 꽃시 사랑 2008.06.12
황국 / 손순이 꽃시 황 국 손 순 이 고려청자 살결같은 맑은 하늘 아래서 노오란 미소를 머금고 있다 단아한 모습에 끌려 두손을 맞잡고 다가서니 신새벽 샘물 향기가 난다 군자처럼 고결한 그대 성품을 흠모하여 꽃잎 띄운 차 한잔을 담담히 마신다 국화가 질 때쯤 서늘한 갈바람에 가슬가슬 말려 베겟 속에 넣어두고 그.. 꽃시 사랑 2008.06.10
해바라기 사랑 / 김기만 꽃시 해바라기 사랑 김기만 해바라기 처럼 살고싶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주홍빛 얼굴로 어느 한 사람만을 위해 살고 싶다. 언젠가 다시 저물녘 어둠이 내려와 따사로운 햇살 내 곁을 떠나가도 고개 숙이고 가을로 솟아오르는 해바라기 해바라기처럼 살고 싶다. 어느 한 사람을 위해 서 있는 영원한 해바라.. 꽃시 사랑 2008.06.05
모란을 보며 / 손순이 꽃시 모란을 보며 손 순 이 오월의 신록 속에서 진자주색 연지를 곱게 바르고 오수에 잠긴 꽃 명상하는 모란이여 봄의 화신들은 꽃샘바람과 함께 곧 사라져 버리지만 너는 정든 시골집 양지바른 장독대 부근이나 절 마당 언저리에서 귀품있게 꽃대를 불사르는 왕비 양귀비를 닮은 듯 달기의 콧날을 빼 닮은.. 꽃시 사랑 2008.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