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욱 꽃시 / 장 미 장 미 송 욱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밭이다 피 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하면은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꽃시 사랑 2008.03.27
김춘수 꽃시 / 꽃을 위한 서시 꽃을 위한 서시 김 춘 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이 젖어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 꽃시 사랑 2008.03.25
묵상 / 사랑하오, 그대의 순백한 영혼을 사랑하오, 그대의 순백한 영혼을 그대가 어찌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내가 얼마나 추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난 가끔 그대를 보면서 잡지나 영화에서 본 성애의 장면을 연상하고 열정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이러한 열정이 자연적인 현상이라곤 하지만 영혼을 꿰뚫어보는 듯한 그대의 맑은 눈동자에 .. 삶의 묵상 2008.03.25
묵상 /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내가 심은 꽃씨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던 날의 그 고운 설레임으로 며칠을 앓고 난 후 창문을 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의 그 눈부신 감동으로 비 온 뒤의 햇빛 속에 나무들이 들려 주는 그 깨끗한 목소리로 별 것 아닌 일로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던 친구와 오랜만에 화해한 .. 삶의 묵상 2008.03.20
김영랑 시 /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 꽃시 사랑 2008.03.20
묵상 / 우리의 행복은 우리의 행복은 저 두 사람이 제대로 어울리는 건가 모르겠네.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반은 기대에 찬 눈으로 반은 회의적인 눈으로 살피고 있는 듯합니다. 하나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행복하게 살아야 하겠지만 그들이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고 생활하려고 애쓰는 어리석은 짓은 .. 삶의 묵상 2008.03.19
꽃시 / 파꽃 파 꽃 이해인 뿌리에서 피워올린 소망의 씨앗들을 엷은 베일로 가리고 피었네 한 자루의 초처럼 똑바로 서서 질긴 어둠을 고독으로 밝히는 꽃 향기조차 감추고 수수하게 살고 싶어 줄기마다 얼비치는 초록의 봉헌기도 매운 눈물을 안으로만 싸매 두고 스스로 깨어 사는 조용한 꽃 꽃시 사랑 2008.03.14
묵상 / 기쁨꽃 기 쁨 꽃 한번씩 욕심을 버리고 미움을 버리고 노여움을 버릴 때마다 그래그래, 고개 끄덕이며 순한 눈길로 내 마음에 피어나는 기쁨꽃, 맑은 꽃 한번씩 좋은 생각 하고 좋은 말 하고 좋은 일 할 때마다 그래그래, 환히 웃으며 고마움의 꽃술 달고 내 마음 안에 피어나는 기쁨꽃, 밝은 꽃 한결같은 정성.. 삶의 묵상 2008.03.11
꽃시 / 노랑제비꽃 노랑제비꽃 정호승 가난한 사람들이 꽃으로 피는구나 폭설에 나뭇가지는 툭툭 부러지는데 거리마다 침묵의 눈발이 흩날리고 나는 인생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차가운 벽 속에 어머니를 새기며 새벽하늘 이우는 별빛을 바라보며 나는 사랑하는 인생이 되기로 했다 희망 속에는 언제나 눈물이 있고 .. 꽃시 사랑 2008.03.11
묵상 /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 우리 모두 꽃이 됩니다 어려운 시절에도 꽃이야기 하는 동안은 작은 평화 작은 위로 살며시 피어납니다 〃벌써 꽃이 피고 있어요〃 밝게 말하는 이의 목소리에도 꽃향기 묻어나고 〃이젠 꽃이 지고 있어요〃 슬프게 말하는 이의 목소리에도 꽃향기 묻어나.. 삶의 묵상 2008.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