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 사랑

김영랑 시 / 모란이 피기까지는

박남량 narciso 2008. 3. 20. 10:03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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