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 허영숙 꽃시 제비꽃 허영숙 밤하늘에 뜬 별 밤새 누가 내 집 마당에 옮겨 심어놓고 갔나 풀꽃 사이에 반짝이는 보라빛 작은 별 무리 톡, 톡 이슬이 내리면 수줍은 듯 고개드는 꽃잎 꽃잎 위에 피어나는 이름 하나 부르면 눈물 먼저 와서 대답하는 그대라는 이름 하나 꽃시 사랑 2009.04.06
석류 / 오정방 꽃시 석류 오정방 속 살을 드러내기 부끄러워 안으로 안으로 감추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할 수 없는 헛수고 아리도록 저미는 그리움을 한나절도 끝내 참아내지 못해 드디어 가슴을 열어 젖히고 다가오는 9월의 태양을 미소로 맞이했다 <2000. 9. 23> 꽃시 사랑 2009.03.12
복수초 / 최남선 수녀 꽃시 복수초 최남선 수녀 한해 돌아 사순절이 올 무렵이면 수녀원 중정 작은 꽃밭에 하얗게 쌓인 눈을 헤치고 승리의 개선가 부르며 제일 먼저 피는 꽃 황금빛 반짝이는 얼굴 하늘 보며 찬미 영광 드리네. 혹한을 참아낸 너의 소리 없는 웅변 사랑과 침묵의 명강론에 오가는 행인들 가슴속 깊은 감동의 울림.. 꽃시 사랑 2009.03.09
제비꽃 / 박태언 꽃시 제비꽃 박태언 눈만 맞추면 웃음이 절로 난다 벙글어지는 저 입 지긋이 눈 감고 감추려하지만 사랑을 하는 자태가 고웁다 몰래 뒤로 돌아가 껴안는 태양 볕이 따사롭다 아이 깜짝이야 화들짝 깨어 화다닥 피어나는 제비꽃 덩달아 시샘하며 삐치는 하얀 씨방이 비비꼬이며 속내를 드러낸다 아이고 깜.. 꽃시 사랑 2009.03.03
들국화 / 김용택 꽃시 들국화 김용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 꽃시 사랑 2009.02.22
매화 / 이병기 꽃시 매 화 이 병 기 외로 뎌더두어 미미히 숨을 쉬고 따뜻한 봄날 돌아오기 기다리고 음음한 눈얼음 속에 잠을 자던 그 매화 손에 이아치고 바람으로 시달리다 곱고 급한 성결 그 애를 못 삭이고 맺었던 봉오리 하나 피도 못한 그 매화 다가오는 추위 천지를 다 얼려도 찾아드는 볕은 방으로 하나 차다 어느.. 꽃시 사랑 2009.02.12
인동초 / 김상훈 꽃시 인동초 김상훈 살을 에는 매운 바람 몰아쳐 와도 깃 같은 잎을 세워 한결 푸르리 아슬한 벼랑 온통 얼음 깔려도 쉬지 않고 그 위로도 뻗어 오르리 이 겨울 다 하도록 뼈가 아려도 끝끝내 인동하고 살아 남으리 봄이 오면 금은화 곱게 피워서 회청(回靑)의 하늘 가득 향기 뿜으리 내 오늘 인동초로 산다 꽃시 사랑 2009.02.04
채송화 / 최연주 꽃시 채송화 최연주 얼마나 좋은 날이기에 얼마나 고마운 해님이기에 시샘바람 모질게 불어도 일편단심 한 마음으로 피네 꽃밭에 모여든 벌들 꽃잎에 입맞춤하는 나비들 모두가 사이좋게 어울리는 것은 주님의 참사랑일까 어디서 왔을까 이 고운 빛 어디서 왔을까 이 찬연한 자태 온몸을 적시네 순종의 향.. 꽃시 사랑 2009.02.02
금강초롱 / 서지월 꽃시 금강초롱 서지월 초롱 초롱 금강초롱 이 산에는 누가 살고 저 산에는 누가 사나? 우리 엄마 가마 타고 연지 찍고 시집 올 때 산고개 고개마다 길 밝히던 금강초롱. 초롱 초롱 금강초롱 이 산에는 뻐꾹새 울음 저 산에는 쑥꾹새 울음 우리 누나 호미 차고 도라지 캐러 갈 때 산구비 구비마다 불 밝히던 금.. 꽃시 사랑 2009.01.30
목련화 / 김신오 꽃시 목련화 김신오 담 모롱이 타고도는 여인의 옷자락 행여 잡힐까 몸을 흔들고 간다. 달빛으로 피어난 하얀웃음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어깨 위로 떨어지고 가슴 깊이 흔들리는 목련그림자 마당 가득 눈처럼 환하다. 꽃시 사랑 2009.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