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꽃시 목화 목 화 서 정 주 누님 눈물겨웁습니다. 이 우물물 같이 고이는 푸른 속에 다수굿이 젖어 있는 붉고 흰 목화꽃은 누님 누님이 피우셨는지요? 퉁기면 울릴 듯한 가을의 푸르름엔 바윗돌도 모두 바스라져 내리는데 ..... 저, 마약과 같은 봄을 지내어서 저, 무지한 여름을 지내어서 질갱이 풀 거슴길을 오르.. 꽃시 사랑 2007.11.14
정지용 꽃시 석류 석 류 정 지 용 장미꽃처럼 곱게 피어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 때 밤은 마른 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어 홍보석 같은 알을 한 알 두 알 맛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 녀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 해 시월 상ㅅ달 우리 둘의 조그.. 꽃시 사랑 2007.11.11
김성봉 꽃시 / 하얀 배꽃 줄줄이 피고 하얀 배꽃 줄줄이 피고 김 성 봉 아련한 봄 하늘가엔 진초록 그리움이 조롱조롱 매달리고 마음따라 피는 산자락 아래 하얀 배꽃 줄줄이 깔리네. 언덕배기 밭둑에 노란 나비 배추꽃 찾아 날고 잔잔한 해변따라 달리는 길 아득한 수평선과 이어지니 흰 파도 넘나드는 바닷가 외딴 집에 둘 곳 없는 마음 .. 꽃시 사랑 2007.10.24
차영섭의 시 가을 들꽃 가 을 들 꽃 시 / 차 영섭 너의 이름을 부를 수 없어 난 시인이 아니야 어쩜, 넌 이름이 없어 더 아름다운지도 몰라 열매 같은 꽃 꽃 같은 열매. 모두 기력 잃고 쓰러져가는 마당에 가냘픈 몸매 어디서 저런 기운 솟아나는 걸까 아롱아롱 당당한 기상 아름다워라 벌 나비도 떠나가고 가끔씩 찾아드는 바.. 꽃시 사랑 2007.09.27
이해인의 꽃시 찔레꽃 찔 레 꽃 글 / 이 해 인 아프다 아프다 하고 아무리 외쳐도 괜찮다 괜찮다 하며 마구 꺾으려는 손길 때문에 나의 상처는 가시가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 남 모르게 내가 쏟은 하얀 피 하얀 눈물 한데 모여 향기가 되었다고 사랑은 원래 아픈 것이라고 당신이 내게 말하는 순간 나의 삶은 누구와도 바꿀 수 .. 꽃시 사랑 2007.09.19
이해인의 시 상사화 상 사 화 이 해 인 아직 한번도 당신을 직접 뵙진 못했군요 기다림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가를 기다려보지 못한 이들은 잘 모릅니다 좋아하면서도 만나지 못하고 서로 어긋나는 안타까움을 어긋나보지 않은 이들은 잘 모릅니다 날마다 그리움으로 길어진 꽃술 내 분홍빛 애틋한 사랑은 언제까지 홀.. 꽃시 사랑 2007.09.11
이해인 시 제비꽃연가 제 비 꽃 연 가 이 해 인 나를 받아 주십시오. 헤프지 않은 나의 웃음 아껴 둔 나의 향기 모두 당신의 것입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나는 겨우 고개를 들어 웃을 수 있고 감추어진 향기도 향기인 것을 압니다. 당신이 가까이 오셔야 내 작은 가슴속엔 하늘이 출렁일 수 있고 내가 앉은 이 세상은 아름.. 꽃시 사랑 2007.09.10
김미선의 장미 장 미 김 미 선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그 꽃내음으로 깨우고 가네요 싱그러운 잎사귀 돋아난 가시처럼 어쩌면 당신은 그렇게도 장미를 닮았네요 당신의 모습이 장미꽃 같아서 나는 이제 당신을 부를 때에는 장미라고 할래요 당신에게선 꽃내음이 나네요 잠 못 이루는 나를 그 꽃내.. 꽃시 사랑 2007.09.09
천상병의 들국화 들 국 화 천 상 병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 꽃시 사랑 2007.09.06
꽃시 / 갈 대 갈 대 시 / 류 창 형 나 어릴적 부터 생의 곡선 따라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고갱이 부터 꺾이지 않는 한 原始林(원시림)을 보아왔다 그가 인고(忍苦)의 서러움을 잘도 견디어 내는 것은 속살을 후벼낼 때 쓸개까지 싹둑 오렸을 께다 그러므로 가슴이 아무리 저미고 아려도 낙심하지 말 일이다 빈단지 소.. 꽃시 사랑 2007.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