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 문충성 꽃시 동 백 꽃 시 / 문 충 성 누이야.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들어본 적 있느냐. 사각사각 맨발로 하얀 눈 한 겨울 캄캄함을 밟아올 때 제주바다는 이러저리 불안을 뒤척이고 찬바람을 몰아다니던 낙엽 소리 돌돌 잠재우며 밤새 동백꽃 피어나는 꽃소리 아련히 나의 잠 속에 묻혀가고 있다. 꽃시 사랑 2007.02.27
창 포 - 신동엽 꽃시 창 포 시 / 신 동 엽 축축한 찬비는 주룩주룩 나리는데 찬 유리창에 이마를 기대이고 남색 외로운 창포만 바라본다. 빗줄기 속에 떠올랐다간 조용히 숨어 버리는 못 견디게 그리운 모습 혈맥을 타고 치밀어오는 애수 고독 적막 눈물이 조용히 뺨을 흘러나린다. 찢기운 이 마음 우수 짙은 빗줄기 속을 방.. 꽃시 사랑 2007.02.22
채송화 - 강남옥 꽃시 채 송 화 시 / 강 남 옥 좀 알은 체 해 주면 어때서 나 여기 살아 이토록 쓸쓸히 눈부시잖냐고 낮은 뜨락 환하게 꽃등 심지 돋우어도 키 큰 나무 잎사귀에 누워 거드름만 피우고, 내민 입술에 싱거운 바람만 얹어놓는 햇살이여. 그리운 눈길로 쫓아가면 마알간 물 수제비 하나 톡 떠 주고. 유월 지친 짝사.. 꽃시 사랑 2007.02.19
상사화 - 이문조의 꽃시 상 사 화 시 / 이 문 조 잎지면 꽃나고 꽃지면 잎나고 가혹한 형벌 저주 받은 운명 서로 사모하다 세월 만 가는구려 아무리 아무리 사모해도 만날 수 조차 없는 걸 사모하다 사모하다 길어진 모가지로 먼데 하늘 쳐다보다 지쳐 버린 슬픈 운명의 꽃 상사화(相思花) 꽃시 사랑 2007.02.15
당국화 - 이문조의 시 당 국 화 시 / 이 문 조 님의 무덤 가에 예쁘게 핀 당국화 님의 넋인양 하여 말 건네 본다 잘 있었니 거기는 어떠니 말 없이 미소만 띄우네 생전에도 너무나도 말이 없이 미소만 보이더니 님의 목소리 간절히 듣고 싶어 행여나 하고 바라보고만 서 있네. 꽃시 사랑 2007.02.11
시 - 천영극의 할미꽃 할 미 꽃 글 / 천 영 극 도둑놈 보고도 손가락질 아니하고 화냥년 보고도 웃지 아니하며 허리 굽힌 한 평생 곱게 늙어 가서라. 새봄 고개 넘어 양지바른 무덤가 품었던 단심(丹心) 백발되어 날리며 고개숙인 할미꽃 자자손손 찾아가리... 꽃시 사랑 2007.02.07
모과 / 천영극 모 과 글 / 천 영 극 모개야! 못생긴 네 얼굴에 한탄 말고 과일이 아니라 해도 결코 서러워 마라 네가 남보다 더 잘나고 간사한 맛이라도 있었다면 어찌 그윽한 그 향기가 오랜 세월 살아 숨쉬고 선비들 책상 위에 노닐면서 온갖 질시 받지 않고 스스로 오만을 모르며 안으로 안으로만 고이 간직한 연분.. 꽃시 사랑 2007.02.01
튤립 / 이해인 튤 립 글 / 이 해 인 가까이 다가서면 피아노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튤립 무엇을 숨겨 둔 것일까? 항상 다는 펼치지 않고 조심스레 입 다문 모습이 더욱 황홀하여라 슬픔 중에도 네 앞에선 울 수 없구나 어둠과 우울함은 빨리 떨쳐 버리라며 가장 환한 웃음의 불을 켜서 내게 당겨 주는 꽃 꽃시 사랑 2007.01.27
수선화 / 이해인 수 선 화 글 / 이 해 인 초록빛 스커트에 노오란 블라우스가 어울리는 조용한 목소리의 언니 같은 꽃 해가 뜨면 가슴에 종을 달고 두 손 모으네 향기도 웃음도 헤프지 않아 다가서기 어려워도 맑은 눈빛으로 나를 부르는 꽃 헤어지고 돌아서도 어느새 샘물 같은 그리움으로 나를 적시네 꽃시 사랑 2007.01.18
달개비꽃 / 이해인 달개비꽃 글 / 이 해 인 반딧불처럼 너무 빨리 지나가 잡을 수 없던 나의 시어들이 지금은 이슬을 달고 수도 없이 피어 있네 남빛 꽃잎의 물감을 풀어 그림을 그리라고? 잘라내도 마디마디 다시 돋는 잎새를 꺾어 시를 쓰라고? 풀숲에 들어앉아 잡초로 불려도 거리낌이 없는 그토록 고운 당당함이여 오.. 꽃시 사랑 2007.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