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 김용택 꽃시 들국화 김용택 나는 물기만 조금 있으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 꽃시 사랑 2009.02.22
매화 / 이병기 꽃시 매 화 이 병 기 외로 뎌더두어 미미히 숨을 쉬고 따뜻한 봄날 돌아오기 기다리고 음음한 눈얼음 속에 잠을 자던 그 매화 손에 이아치고 바람으로 시달리다 곱고 급한 성결 그 애를 못 삭이고 맺었던 봉오리 하나 피도 못한 그 매화 다가오는 추위 천지를 다 얼려도 찾아드는 볕은 방으로 하나 차다 어느.. 꽃시 사랑 2009.02.12
봉숭아 / 서연정 꽃시 봉숭아 서 연 정 봉숭아꽃 그리움을 깎는다 소금 섞은 봉숭아 속속들이 쓰라리게 스며 첫눈 내릴 무렵 발톱이 입술처럼 붉었다 누군가의 집 앞을 서성이는 동안에도 발톱은 자라고 가위가 지나갈 때면 꽃빛 만월이 그믐달로 살을 내리며 빠져나간다 마음은 그 자리에 차오르느라 다시 쓰리다 막막한 .. 꽃시 사랑 2009.02.06
인동초 / 김상훈 꽃시 인동초 김상훈 살을 에는 매운 바람 몰아쳐 와도 깃 같은 잎을 세워 한결 푸르리 아슬한 벼랑 온통 얼음 깔려도 쉬지 않고 그 위로도 뻗어 오르리 이 겨울 다 하도록 뼈가 아려도 끝끝내 인동하고 살아 남으리 봄이 오면 금은화 곱게 피워서 회청(回靑)의 하늘 가득 향기 뿜으리 내 오늘 인동초로 산다 꽃시 사랑 2009.02.04
채송화 / 최연주 꽃시 채송화 최연주 얼마나 좋은 날이기에 얼마나 고마운 해님이기에 시샘바람 모질게 불어도 일편단심 한 마음으로 피네 꽃밭에 모여든 벌들 꽃잎에 입맞춤하는 나비들 모두가 사이좋게 어울리는 것은 주님의 참사랑일까 어디서 왔을까 이 고운 빛 어디서 왔을까 이 찬연한 자태 온몸을 적시네 순종의 향.. 꽃시 사랑 2009.02.02
금강초롱 / 서지월 꽃시 금강초롱 서지월 초롱 초롱 금강초롱 이 산에는 누가 살고 저 산에는 누가 사나? 우리 엄마 가마 타고 연지 찍고 시집 올 때 산고개 고개마다 길 밝히던 금강초롱. 초롱 초롱 금강초롱 이 산에는 뻐꾹새 울음 저 산에는 쑥꾹새 울음 우리 누나 호미 차고 도라지 캐러 갈 때 산구비 구비마다 불 밝히던 금.. 꽃시 사랑 2009.01.30
목련화 / 김신오 꽃시 목련화 김신오 담 모롱이 타고도는 여인의 옷자락 행여 잡힐까 몸을 흔들고 간다. 달빛으로 피어난 하얀웃음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어깨 위로 떨어지고 가슴 깊이 흔들리는 목련그림자 마당 가득 눈처럼 환하다. 꽃시 사랑 2009.01.29
에델바이스 / 오정방 꽃시 에델바이스 오정방 보송 보송 곱구나 솜다리 에델바이스 높고 높은 산 위에 다소곳이 피었구나 도시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산 바위 틈 사람의 발길 뜸한 곳에 초연히 사는구나 속세의 반목과 질시 분쟁을 멀리 떠나 언제 너 이토록 높이도 올라와 있었구나 바람과 구름이 너의 고마운 친구로구나 다람.. 꽃시 사랑 2009.01.12
해바라기 / 유소례 꽃시 해바라기 草里 유소례 당신을 해바라기라 부르고 싶습니다 햇살이 박히도록 시계 바늘 굴리는 것은 배신을 모르는 당신만의 몸짓입니다 긴 척추가 범 같은 폭풍에 차라리 명을 버릴지라도 휘지 않는 의미는 당신의 지고한 자존심입니다 다소곳이 아미를 낮게 하고 햇빛을 좇아 가슴을 익히는 의미는 .. 꽃시 사랑 2009.01.08
부겐베리아 / 이해인 꽃시 부겐베리아 이 해 인 분홍, 하양, 빨강 색종이들이 나무마다 나부끼네요 해 아래 밝게 웃으면 오래오래 행복하다고 날마다 가슴속에 빛을 많이 넣어 두라고 나뭇잎을 흔들며 행복을 물들이는 부겐베리아 꽃잎을 몇 개 따서 행복인형 만드니 나도 금방 행복해지네 꽃시 사랑 2008.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