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개비 꽃 / 박인걸 꽃시 달개비 꽃 박 인 걸 보랏빛 감자 꽃이 여름 햇살에 출렁일 때 떳떳한 양심으로 아무데나 뿌리를 박고 새파란 자존심을 세우며 작은 꽃잎을 피우기 위해 맑은 하늘을 마시던 밤이슬에 가슴을 씻어 진주보다 곱게 피는 잉크 빛 밝은 웃음에 코끝이 저며 온다. 여름 냄새 짙게 풍기는 낮은 들풀과 어깨동.. 꽃시 사랑 2010.10.11
배롱나무 꽃 / 예당 조선윤 배롱나무 꽃 예당 조선윤 화무십일홍이요 열흘 붉을 꽃 없다지만 석 달 열흘 피워내어 그 이름 백일홍이라 뜨거운 뙤약볕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꽃봉오리 터지던 날 진분홍 주름치마 나풀거리며 살랑이는 바람결에 살포시 미끈한 속살 내비치는 한여름의 청순한 화신이여! 제 안에 소리없이 시들어가.. 꽃시 사랑 2010.09.30
채송화 / 소양 김길자 꽃시 채송화 소양 김길자 몽당연필처럼 짤막한 이파리에 송골송골 맺힌 보석함 피었다지고, 또 피어도 세속에 물들지 않는 작은 소녀 햇살도 모르게 장독대 틈새 묻어 둔 상념 침묵으로 지키는 별빛 별꽃이겠지 빨강, 노랑, 하얀 꿈꾸며 휘파람새 유혹하니 가던 길 멈추고 꽃잎에 내려앉는 휘파람새 꽃시 사랑 2010.07.16
석류꽃 / 이해인 꽃시 석류꽃 이해인 지울 수 없는 사랑의 火印 가슴에 찍혀 오늘도 달아오른 붉은 석류꽃 황홀하여라 끌 수 없는 사랑 초록의 잎새마다 불을 붙이며 꽃으로 타고 있네 꽃시 사랑 2010.06.11
라일락 / 이정자 꽃시 라일락 이정자 탐스런 송이송이 연보라 빛 꽃향기가 발길을 잡으면서 눈길을 멎게 하네. 사르르 그 향기에 취해 갈 길조차 잊었네. 가까이 더 가까이 가슴으로 느끼면서 그 향기 좇고 좇아 나를 잊고 네게 가네. 스르르 네 향기에 젖어 아른대는 영상이여. 꽃시 사랑 2010.06.07
접시꽃 / 최치원 꽃시 접시꽃 고운 최치원 거칠은 밭 언덕 쓸쓸한 곳에 탐스런 꽃송이 가지 눌렸네 첫여름 비갤 무렵 가벼운 향기 보리 누름 바람결에 비낀 그림자 수레 탄 어느 누가 와서 보리요 벌 나비만 부질없이 서로 엿보네 본시부터 천한데 태어났기로 사람들의 버림받음 참고 견디네 꽃시 사랑 2010.04.29
금낭화 / 김종재 꽃시 금낭화 김 종 재 기꺼이 목숨 던져 금낭화 핀다 오롯이 몸 바쳐서 금낭화 핀다 절벽에 부딪히고 강물에 빠져 눈 멀어버렸네 귀 먹어버렸네 희고도 붉은 마음 꽃 차례 차례 총총히 매달려 손목을 함께 묶지 아니하려면 사랑하지 마라 발목을 함께 묻지 아니하려면 사랑하지 마라 금낭화 꽃피는 뜻 오달.. 꽃시 사랑 2010.04.26
오랑캐꽃 / 이용악 꽃시 오 랑 캐 꽃 이 용 악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사이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도 강건너로 쫓겨 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년이 몇 백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다 너는 오랑캐의 피 한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 꽃시 사랑 2010.03.31
금낭화 / 김정호 꽃시 금낭화 김정호(美石) 떠난 님 그리워 하다가 속살 툭하고 터져 버렸네 서러워 고개 들지 못해 그렁그렁 맺힌 눈물 소리내 울지 못하고 고운 자태 흐트러질까 옷고름으로 눈물 훔치네 커다란 눈물주머니에 남몰래 밤 새워 퍼 담은 붉은 바다 꽃잎을 스치는 작은 바람에도 파르르 떠는 저 처절하도록 맑.. 꽃시 사랑 2010.01.15
금낭화 / 권오은 꽃시 금낭화 권오은 누가 이런 꽃 본적 있나요 초가집 장독대 모서리 넓은 잎파랑이, 긴 줄기에 피지 않은 꽃 본적이 있나요 활짝 핀 꽃 되고 싶어 인내로 대롱이며 매달린 담홍색깔의 꽃들을 본적은 있는지요 투명하고 가녀린 목에 수줍음을 동정으로 숨긴 시골처녀 같은 꽃을 본적도 있으신지요 내일이면.. 꽃시 사랑 201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