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랭이 꽃 패 랭 이 꽃 글 / 정 규 화 나비인가 하면 꽃이고 꽃인가 하면 나비다 길가에 조성한 꽃밭 외에도 웬만한 학교에서는 입구에 패랭이꽃 몇 그루는 심고 있다 가는 곳마다 그대 생각이 났고 가는 곳마다 패랭이꽃이 피어 있었다 우연일까 그대는 꽃이었고 그대는 나비였다, 패랭이꽃처럼 피고 싶을 때 피.. 꽃시 사랑 2005.10.19
황매화 황 매 화 글 / 정 규 화 내가 다시 네 이름 부를 것을 몰랐겠지 대나무 울타리에 기대어 노랗게 꽃을 피워 두고 바람결에 잎새만은 유연하더라 가지마다 가지마다 꽃을 피우며 서리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 그 꽃이 황매화였다 네 이름을 몰랐던 어린 날부터 무척이나 좋아했다 너만 보면 미칠 것만 같은.. 꽃시 사랑 2005.10.13
해바라기 해 바 라 기 글 / 정 규 화 모든 생명체들은 해에게 순응하지 않고는 살아 갈 수 없다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아닌 척 하면서 해의 주변을 맴도는 것들이 솔직하고 순수한 해바라기를 필요 이상으로 천시하고 있다 특히 당쟁과 아부로 소문 난 우리나라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애꿎은 해바라기에게.. 꽃시 사랑 2005.10.11
장 미 장 미 글 / 정 규 화 한번 장미였으면 영원한 장미다 꽃도 잎도 져 버린 지금은 겨울 앙상한 그리움에 돋아나는 가시가 허공을 찔러댄다 그래서 나는, 장미를 좋아한다 사실, 장미는 아름답고 그 향기 기막히지 않던가 서른일곱 송이의 장미를 그 여인에게 안겨 주었을 때 그 여인은 서른일곱 송이의 장.. 꽃시 사랑 2005.10.10
제비꽃 제 비 꽃 글 / 정 규 화 대밭 그늘에 움츠리고 있을 때 네 작은 꽃대에서 선명한 자주색 꽃 피울 줄 몰랐다 너를 두고 꽃이라 존경해 보지도 못했다 이 나이에 도시의 가로수 밑을 걸으면서 네 생각을 하였다 깊게 반성하고 사과를 한다 내 어리석어 너를 꽃으로 대하지 못했던 지난 날이 무척 후회스럽.. 꽃시 사랑 2005.10.05
치자꽃 치 자 꽃 글 / 정 규 화 치자나무는 자신이 치자나무인지 모르면서 영산홍 무리 속에서 가슴 조리고 있었다 키 큰 단풍나무에게 애원의 눈짓을 보내보지만 모르는 척 하기는 사람보다 더 쌀쌀했다 영산홍이 분홍색 꽃을 피운 지 여러 달이 지났는데 꽃을 피우지 못하는 치자나무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꽃시 사랑 2005.10.04
목련꽃 / 정규화 목 련 꽃 글 / 정 규 화 봄날을 찾는다고 어디서부터 헤매고 왔을까 아직도 꽃샘바람 곳곳에 숨어 있는데 모란꽃보다 우아한 네 모습 나만 두고 보기엔 너무 아름다웠다 목련이 피던 날, 귀신처럼 불고 간 꽃샘바람 하얀 꽃잎이 너무 아름다워 담장 밖에서 골목길로 그냥 바쁘게 가 버렸다 내 여인은 남.. 꽃시 사랑 2005.09.30
개나리 / 정규화 개 나 리 글 / 정 규 화 세상을 갈아엎을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개나리 노오란 꽃망울 터뜨려 놓더니, 봄이 오는 길목에서 자신이 개나리인 것을 확인하고 확인할 뿐이다 권력과 이권을 모르니 햇볕이 유연해지면 저도 유연해진다 꽃 피우고 잎 피우는 착한 심성이 볼수록 대견스럽다 갈아엎어야 할 세.. 꽃시 사랑 2005.09.29
들국화 / 정규화 들 국 화 글 / 정 규 화 산과 들에서 얻은 것이라면 그리움이라도 되돌려 주고 꽃을 피우거라 찬 서리 맞으며 피었지만 서둘 필요는 없다 우리는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서 다시 만난다면 오늘보다 더 다정해지겠지 내가 버리지 못하는 그리움도 너의 색깔과 향기도 우리가 흙이 된 다음에는 다 부질없.. 꽃시 사랑 2005.09.28
영리한 코스모스 / 정규화 영 리 한 코 스 모 스 글 / 정 규 화 누가 저더러 꽃을 피우라고 재촉했을까 유월 들길에 하늘거리는 꽃 코스모스는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여름도 까마득한데 가을로 착각하고 꽃을 피웠다 하기사 시간과 때를 잊고 사는 것이 유독 코스모스뿐이겠는가 다들 미친 것처럼 날 뛰는 판에, 겨울에 꽃을 피운.. 꽃시 사랑 200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