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 / 코스모스 코 스 모 스 몸 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길 노을이 탄다 - 시 / 이 해 인 - 꽃시 사랑 2008.02.26
꽃시 / 복수초 복수초 눈 쌓인 겨울 한라산 눈과 얼음 뚫고 피는 꽃 눈과 얼음 녹이며 피는 눈색이꽃 생명력이 끈질겨 복수초 한라산에서 가장 먼저 피는 元日草 너를 바라보는 그곳 언제나 동트는 아침 옷깃 스치는 그곳 언제나 그윽한 향기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부서지는 햇살 너의 눈길 닿는 곳 고해소 한 채 너.. 꽃시 사랑 2008.02.14
꽃시 / 해당화 해 당 화 한 용 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 꽃시 사랑 2008.02.08
꽃시 자귀나무 자 귀 나 무 김 점 희 키 큰 잡목사이로 여름햇살 한줄기 뚫고 나오지 못하는 초록만 무성한 산을 오르다 숨이 턱에 닿을 즈음 솜털 같기도 명주실 같기도 공작의 깃털 같기도 부채춤의 부채 같기도 한 분홍 꽃이 무당집의 빛바랜 등(燈) 같아 등줄기 비 오듯 흐르든 땀은 오싹 돋는 소름에 냉기를 더했.. 꽃시 사랑 2008.01.29
꽃시 상사화 상 사 화 양 전 형 그리움은 맨 뒤에 피어나는 것 다 떠난 뒤 뜬구름 같은 기억이 작달비를 몰고 오는 날 알몸으로 그리움의 모양을 그려내는 것 다 버린 뒤 뜨거운 서러움이 작달비를 타고 내리는 늦여름 힘겹게 땡볕 뚫으며 자란 그리움을 마침내 피워 내는 것 지난 일은 묻혀야 아름다운 것 기다란 .. 꽃시 사랑 2008.01.26
꽃시 과꽃 / 강세화 과 꽃 강 세 화 처서(處暑) 지나고 과꽃이 뜰을 채우고 있다 지조(志操) 지켜 피는 꽃을 초가을 햇볕이 떠받들고 있다 마음은 선선히 살찌면서 시름이 만만하여 아무래도 엇나가는 조짐이 찬란하다 부수고 몰아내고 밀어붙여서 이대로 살맛나는 실명(實名)세상이 올지 저간의 환호성이 아련한 곁에서 .. 꽃시 사랑 2008.01.23
김선우 꽃시 / 할미꽃 할 미 꽃 - 김 선 우 - 키 작은, 햇볕을 탐하지 않아 아주 작은 그녀는 발목 밑을 떠도는 바람의 한숨을 듣지 하필 무덤가 같은 곳에서 그녀와 마주칠 때 사람들은 말하지 다소곳한 자태! 더러는 그녀에게서 외진 데 거하는 이의 슬픔을 읽기도 하지 그럴 때면 그녀는 어깨 더욱 곱수그려 삐딱하게 머리.. 꽃시 사랑 2008.01.11
김선우 꽃시 / 매발톱 매발톱 - 김 선 우 - 야생화 전시장에서 산 거라고, 먼 곳에서 자그만 매발톱풀을 공들여 포장해 보내왔습니다 그 누구의 살점도 찢어보지 못했을 푸른 매발톱 한 석달 조촐하니 깨끗한 얼굴이더니 깃털 하나 안 남기고 날아가버렸습니다 매발톱풀을 아랫녘 밭에 묻어주러 나간 날은 이내가 파근하게 .. 꽃시 사랑 2008.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