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시 사랑

꽃시 자귀나무

박남량 narciso 2008. 1. 29. 09:07

 

                                    자 귀 나 무

                                                             김 점 희



키 큰 잡목사이로
여름햇살 한줄기
뚫고 나오지 못하는
초록만 무성한 산을 오르다
숨이 턱에 닿을 즈음

솜털 같기도
명주실 같기도
공작의 깃털 같기도
부채춤의 부채 같기도 한
분홍 꽃이
무당집의 빛바랜 등(燈) 같아
등줄기 비 오듯 흐르든 땀은
오싹 돋는 소름에
냉기를 더했었지

여름 오후
교동(校洞) 뒷길을 달리다
숨이 차 헉헉거릴 때
다시 만난 너는
수줍은 처녀의 미소로 다가와
터질 듯한 심장의 고통
달래 주었지

너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보는 이의 마음에 따라
-불러지는 이름이 다르듯-
카멜레온처럼
변하게 한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

그 꽃 지면
조롱조롱 콩알 맺어
바람 따라 길 떠난다지
이별의 그 날 오기까지
밤마다 보듬는 너의 사랑에
여름 밤은
식지 않는 것 같구나

 

'꽃시 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시 / 복수초  (0) 2008.02.14
꽃시 / 해당화  (0) 2008.02.08
꽃시 상사화  (0) 2008.01.26
꽃시 과꽃 / 강세화  (0) 2008.01.23
김선우 꽃시 / 할미꽃  (0) 2008.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