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 이해인 민 들 레 글 / 이 해 인 밤낮으로 틀림없이 당신만 가리키는 노란 꽃시계 이제는 죽어서 날개를 달았어요 당신 목소리로 가득 찬 세상 어디나 떠다니며 살고 싶어서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 나도 사랑하며 살고 싶어서 바람을 보면 언제나 가슴이 뛰었어요 주신 말씀 하얗게 풀어내며 당신 아닌 모.. 꽃시 사랑 2006.07.03
난초 / 이병기 난 초 글 / 이 병 기 빼어난 가는 잎세 굳은 듯 보드랍고 자짓빛 굵은 대공 하얀 꼬치 벌고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본디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 받아 사느니라. 이 병 기 (1881-1968) 호는 가람. 전북 익산 출생. 난초의 맑고 .. 꽃시 사랑 2006.06.26
달맞이꽃 / 이해인 달 맞 이 꽃 당신은 아시지요 달님 당신의 밝은 빛 남김없이 내 안에 스며들 수 있도록 이렇게 얇은 옷을 입었습니다 해질녘에야 조심스레 문을 여는 나의 길고 긴 침묵은 그대로 나의 노래인 것을 달님 맑고 온유한 당신의 그 빛을 마시고 싶어 당신의 빛깔로 입었습니다. 끝없이 차고 기우는 당신의 .. 꽃시 사랑 2006.06.22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 이해인 7월은 치자꽃 향기 속에 글 / 이 해 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 꽃시 사랑 2006.06.19
석류꽃 / 이해인 석 류 꽃 글 / 이해인 지울 수 없는 사랑의 화인(火印) 가슴에 찍혀 오늘도 달아오른 붉은 석류꽃 황홀하여라 끌 수 없는 사랑 초록의 잎새마다 불을 붙이며 꽃으로 타고 있네 이해인 꽃시집/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꽃시 사랑 2006.06.07
개망초꽃 / 정호승 개 망 초 꽃 글 / 정 호 승 죽은 아기를 업고 전철을 타고 들에 나가 불을 놓았다 한 마리 들짐승이 되어 갈 곳 없이 논둑마다 쏘다니며 마른 풀을 뜯어 모아 죽은 아기 위에 불을 놓았다 겨울새들은 어디로 날아가는 것일까 붉은 산에 해는 걸려 넘어가지 않고 멀리서 동네 아이들이 미친년이라고 떠들.. 꽃시 사랑 2006.06.05
등꽃 아래서 / 이해인 등 꽃 아 래 서 글 / 이 해 인 차마 하늘을 바라볼 수 없는 것일까 수줍게 늘어뜨린 연보라빛 꽃타래 혼자서 등꽃 아래 서면 누군가를 위해 꽃등을 밝히고 싶은 마음 나도 이젠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하리 세월과 함께 뚝뚝 떨어지는 추억의 꽃잎을 모아 또 하나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노래를 불러야 하.. 꽃시 사랑 2006.06.04
능소화 연가 / 이해인 능소화 연가 글 / 이 해 인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나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 꽃시 사랑 2006.06.02
수국을 보며 / 이해인 수 국 을 보 며 글 / 이 해 인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 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꽃시 사랑 2006.05.22
석 류 / 이 해 인 석 류 글 / 이 해 인 참았다가 참았다가 터지는 웃음소리 바람에 익힌 가장 눈부신 환희를 엎지르리라 촘촘히 들어박힌 진(眞)홍(紅)의 찬미기도 껍질째로 쪼개어 준 가을별 바람이 좋아 까르르 쏟아지는 찬란한 웃음소리 꽃시 사랑 200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