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 / 천영극 모 과 글 / 천 영 극 모개야! 못생긴 네 얼굴에 한탄 말고 과일이 아니라 해도 결코 서러워 마라 네가 남보다 더 잘나고 간사한 맛이라도 있었다면 어찌 그윽한 그 향기가 오랜 세월 살아 숨쉬고 선비들 책상 위에 노닐면서 온갖 질시 받지 않고 스스로 오만을 모르며 안으로 안으로만 고이 간직한 연분.. 꽃시 사랑 2007.02.01
튤립 / 이해인 튤 립 글 / 이 해 인 가까이 다가서면 피아노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튤립 무엇을 숨겨 둔 것일까? 항상 다는 펼치지 않고 조심스레 입 다문 모습이 더욱 황홀하여라 슬픔 중에도 네 앞에선 울 수 없구나 어둠과 우울함은 빨리 떨쳐 버리라며 가장 환한 웃음의 불을 켜서 내게 당겨 주는 꽃 꽃시 사랑 2007.01.27
수선화 / 이해인 수 선 화 글 / 이 해 인 초록빛 스커트에 노오란 블라우스가 어울리는 조용한 목소리의 언니 같은 꽃 해가 뜨면 가슴에 종을 달고 두 손 모으네 향기도 웃음도 헤프지 않아 다가서기 어려워도 맑은 눈빛으로 나를 부르는 꽃 헤어지고 돌아서도 어느새 샘물 같은 그리움으로 나를 적시네 꽃시 사랑 2007.01.18
달개비꽃 / 이해인 달개비꽃 글 / 이 해 인 반딧불처럼 너무 빨리 지나가 잡을 수 없던 나의 시어들이 지금은 이슬을 달고 수도 없이 피어 있네 남빛 꽃잎의 물감을 풀어 그림을 그리라고? 잘라내도 마디마디 다시 돋는 잎새를 꺾어 시를 쓰라고? 풀숲에 들어앉아 잡초로 불려도 거리낌이 없는 그토록 고운 당당함이여 오.. 꽃시 사랑 2007.01.17
개나리 / 이해인 개 나 리 글 / 이 해 인 눈웃음 가득히 봄 햇살 담고 봄 이야기 봄 이야기 너무 하고 싶어 잎새도 달지 않고 달려나온 네 잎의 별꽃 개나리꽃 주체할 수 없는 웃음을 길게도 늘어뜨렸구나 내가 가는 봄맞이 길 앞질러 가며 살아 피는 기쁨을 노래로 엮어 내는 샛노란 눈웃음 꽃 꽃시 사랑 2007.01.03
물 망 초 / 심 지 향 물 망 초 글 / 심 지 향 한 마디 잊으라는 말도 없이 떠나간 그대 등 뒤에 아직 남겨 둔 마음 하나 나를 잊지 마세요 영원토록 기억해주세요 사랑했던 기억도 아득한 그때는 잊었지만 그대 아직 내 마음 속 이토록 곱게 남아 있어요 아직도 나는 그대를 보내지 않았어요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그대 눈.. 꽃시 사랑 2006.12.27
장미 / 송욱 장 미 글 / 송 욱 장미밭이다 붉은 꽃잎 바로 옆에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서슬이 푸르렀다 벌거숭이 그대로 춤을 추리라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붉은 해가 지도록 춤을 추리라 장미밭이다 피 방울 지면 꽃잎이 먹고 푸른 잎을 두르고 기진하면은 가시마다 살이 묻은 꽃이 피리라 송 욱.. 꽃시 사랑 2006.12.17
로도라꽃 / 에머슨 로도라꽃 (북미산 진달래) 로 도 라 꽃 글 / 에머슨 오월, 해풍이 이 벽지에 불어 들 때 나는 갓 핀 로도라꽃을 숲속에서 보았다. 그 잎 없는 꽃이 습지의 한 구석에 피어 황야와 완만한 강물에 기쁨을 주고, 웅덩이에 떨어진 자줏빛 꽃잎은 그 고운 빛깔로 시커먼 물을 환하게 했었다. 여기에 홍작이 깃.. 꽃시 사랑 2006.12.12
석 류 / 폴 발레리 석 류 글 / 폴 발레리 너무 많은 알맹이가 버티다 못해 뻐끔히 균열된 단단한 석류여, 거듭되는 스스로의 발전에 파열한 으뜸 가는 이마를 보고 있는가 싶다. 그대들이 견뎌 온 저 나날의 태양이, 오, 뻐끔히 벌어진 석류여, 그대들로 하여금 긍지에 시달려 루비의 간막이를 부수게 한 거라도. 또, 겉껍.. 꽃시 사랑 2006.12.09
석 류 / 윤 인 환 석 류 글 / 윤 인 환 그대의 눈빛에 가슴 점점 뜨거워져 오네 몸둘 바 몰라 온몸이 부풀어 오르네 그저 살다 보면 잊을 수 있으려니 그리워하다 언젠가 잊을 수 있으려니 갈수록 더 타오르는그대 향한 불꽃을 이젠 주체할 수 없어 아, 이젠 어쩔 수 없어 사랑하는 그대에게 불타는 사랑을 보이고 싶어 그.. 꽃시 사랑 2006.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