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고사성어 사지(四知)

박남량 narciso 2013. 12. 23. 10:41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고사성어 사지(四知)







후한 시대 제6대 임금 안제 때 관서(關西) 출신으로 학문을 좋아하여 관서의 공자(關西孔子)라는 칭송을 받는 양진(楊震)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양진(楊震)이 동래군의 태수로 임명되었을 때의 일이다.

임지로 떠나가던 도중 창읍(昌邑)에서 날이 저물어 객사에 들었다. 외로운 객사에서 혼자 이런 생각 저런 생각에 잠겨 있으려니까 창읍현(昌邑縣)의 현령(縣令)으로 있는 왕밀(王密)이라는 사람이 밤늦게 찾아왔다. 양진(楊震)이 형주(荊州) 감찰관으로 있을 때 왕밀(王密)의 학식과 재질을 인정하여 관리 등용시험에 합격한 사람으로 천거한 바 있어 양진(楊震)은 왕밀(王密)의 출세길을 열어준 은인인 셈이다.

두 사람은 여러 가지 옛날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담소하던 중 왕밀(王密)이 슬며시 옷깃 속에서 황금 열 냥을 꺼내어 공손히 양진(楊震)의 무릎 위에 얹어 놓았다.
「졸지에 합당한 물건도 드릴 만한 것이 없고 해서 이걸 가지고 왔습니다. 약소하나마 제 성의로 아시고 거두어 주십시오.」

양진(楊震)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러나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이미 옛날부터 자네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네의 학식과 인물에 대해서도 확실히 기억하고 있네. 그런데 자네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잊었단 말인가?」

왕밀(王密)은 부끄러운 모습으로 답했다. 태수님은 고결하신 분이라는 걸 항상 마음속에 깊이 새겨 명심하고 있다며 뇌물이 아니라 옛날 베풀어 주신 은혜에 대한 보잘 것 없는 정성이라고 받아 주기를 졸랐다.

「자네는 지난날 내가 짐작했던 바와 같이 훌륭하게 성장하고 출세를 해서 오늘날 현령(縣令)이라는 벼슬에 올랐네. 앞으로도 직책에 충실하여 더욱 영전을 거듭할 것을 의심치 않는 터이니 나에게 대한 보은이라면 그 일로 족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아니올시다. 태수님, 그렇게 딱딱한 말씀만 하신다면 제가 너무나 섭섭하고 부끄럽습니다. 게다가 이런 밤중에 이 방 안에는 태수님과 저와 단 두사람밖에 또 있습니까? 오직 태수님 한 분에게 이 사람이 허물없는 옛정으로 올리는 것이니 너그러히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왕밀(王密)의 말이 끝나자 양진(楊震)은 똑바로 왕밀(王密)을 쏘아 보았다. 그 때 양진(楊震)의 두 눈이 번쩍하고 빛을 발하며 말했다.

「자네와 난 단 두 사람 뿐이니 아무도 모른다는 말인가? 天知, 地知, 子知, 我知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그 다음에 자네가 알고, 또 내가 아네.」

왕밀(王密)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물러 갔으며 그 후 양진(楊震)의 청렴고결한 언행은 더욱 확고하고 더욱 널리 알려져서 나중에 군사 관계의 최고 책임자인 태위(太尉)의 지위에 까지 올랐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사지(四知)이다.

고사성어 사지(四知)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는 天知, 地知, 子知, 我知를 간추려 사지(四知)라고 하며 비밀이 없다는 의미로 쓰여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