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아프고 외로운 것은 살아 있음의 특권이라네 살아 있기 때문에 흔들리고 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고 살아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 오늘 내가 괴로워하는 이 시간은 어제 세상을 떠난 사람에겐 간절히 소망했던 내일 지금 내가 비록 힘겹고 쓸쓸해도 살아 있음은 무한한 축복 .. 삶의 묵상 2008.08.19
묵상 /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겹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 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거리는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사람.. 삶의 묵상 2008.08.18
묵상 / 봄길 봄 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 삶의 묵상 2008.08.14
묵상 / 꽃씨 편지 꽃씨 편지 그대가 내게 준 꽃씨 봉지는 글씨 하나 없어도 가장 길고 확실한 사랑의 편지로 나를 설레이게 해요 꽃씨 하나 땅속에 내 마음속에 떨어져 꽃을 피울 그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며 나는 내내 그대만 생각할 거예요 조그만 꽃씨처럼 우리의 사랑 또한 다시 피어 열매 맺게 될 거예요 시 / 이 해.. 삶의 묵상 2008.08.12
황매화 / 정규화 꽃시 황 매 화 정 규 화 내가 다시 네 이름 부를 것을 몰랐겠지 대나무 울타리에 기대어 노랗게 꽃을 피워 두고 바람결에 잎새만은 유연하더라 가지마다 가지마다 꽃을 피우며 서리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 그 꽃이 황매화였다 네 이름을 몰랐던 어린 날부터 무척이나 좋아했다 너만 보면 미칠 것만 같은데 너.. 꽃시 사랑 2008.08.12
유채꽃 / 이해인 꽃시 유 채 꽃 이 해 인 산 가까이 바다 가까이 어디라도 좋아요 착하게 필 거예요 같은 옷만 입어도 지루할 틈 없어요 노랗게 익다 못해 나의 꿈은 가만히 기름이 되죠 하늘과 친해지니 사람 더욱 어여쁘고 바람과 친해지니 삶이 더욱 기쁘네요 수수한 행복 찾고 싶으면 유채꽃밭으로 오세요 꽃시 사랑 2008.08.07
천리향 / 이해인 꽃시 천리향 이 해 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운 언어는 향기 멀리 계십시오 오히려 천리밖에 계셔도 가까운 당신 당신으로 말미암아 내가 꽃이 되는 봄 마음은 천리안 바람 편에 띄웁니다 깊숙이 간직했던 말 없는 말을 향기로 대신하여 ..... 꽃시 사랑 2008.08.04
은방울꽃 / 이해인 꽃시 은방울꽃 이 해 인 삶이란 종소리를 듣는 기쁨인가요? 오늘도 살아있다고 종을 치세요 작게 낮게 그러나 당당하게! 가슴에 쌓인 노래들이 마침내 터져나와 조롱조롱 달려 있는 하얀 기쁨들 원하시면 드릴게요 종소리와 함께 암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님의 쾌유를 빌면서 기도 바칩니다. 이해인 수녀님.. 꽃시 사랑 2008.08.01
매화 / 정광화 꽃시 매화(梅花) 정 광 화 겨울 찬바람에 동화(同和)된 찬달 아래 처연히 조응(照應)된 매화 숭고한 기세에 적설(積雪)에 놀란 설화(雪花)는 한월(寒月)을 굴복시키고 활화산 같은 향기 쩌렁쩌렁 칼끝처럼 뾰족하게 억 겹이 터졌다 월광(月光)에 젖은 별들의 노래를 엮어 춘풍(春風)이 계절에 피어오른 아찔한.. 꽃시 사랑 2008.07.30
묵상 / 그대도 느꼈겠지요 그대도 느꼈겠지요 그대도 느꼈겠지요? 무언가 선명치 않고 무언가 숨기고 있는 듯한 그래서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한 그런 것을. 그대가 그렇듯이 나 또한 그대에게서 비슷한 것을 느낍니다. 혹시 우리는 진실을 대면할 용기가 없어서 서로에 관한 솔직한 느낌 드러내야 할 부분들을 접어둔 채 그저 적.. 삶의 묵상 2008.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