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 어느 노인의 고백 어느 노인의 고백 하루 종일 창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 펄럭이는 희노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 삶의 묵상 2008.10.07
묵상 /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사람 자기들이 살아온 삶은 소설로 쓰면 몇 권쯤은 될 것이라 하면서도 남의 삶에는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기들의 울타리는 조금만 건드려도 온갖 분노를 터트리면서도 세상에 가기 같은 천사는 없다고 스스로 찬사를 보내는 거룩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혼자만의.. 삶의 묵상 2008.10.06
갈대 / 오정방 꽃시 갈 대 오정방 미풍에도 흔들려주는 순종 어쩌다 강풍이 몰아칠 때도 심한 몸살을 앓을지언정 결코 꺾이지 않는 그 의지 한 번도 고개를 들지 않는 겸손과 우러러 하늘을 쳐다봐도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는 그 순수 아, 나는 오늘 갈대밭에 서고 싶다. 그의 동무가 되어주고 싶다. 꽃시 사랑 2008.09.18
달맞이꽃 아가씨 / 유소례 꽃시 달맞이꽃 아가씨 유소례 하얀 낮달이 하늘에 뜨면 달맞이꽃 아가씨 가슴에 콩 튄다 동구 밖 모퉁이에 마음 앉혀놓고 기다림의 피 달굼 입술 노랗게 불탄다 쪽빛 밤하늘에 은하수 타고 흐르는 달빛이 금사 꽃술방에 불을 켠다 새벽이 맞도록 달빛에 몸 섞어 춤추는 달맞이꽃 아가씨 노오란 드레스가 아.. 꽃시 사랑 2008.09.12
묵상 / 그리움도 삶에 약이 됩니다 그리움도 삶에 약이 됩니다 그대는 아름다워야 합니다 나에겐 그리움이 있는 걸 보면 세상에 걸맞지 않는 고독한 사람일까요 거리를 나서면 다정하게 걷는 사람도 많지만 살아감의 힘겨움 때문에 얼굴에 그늘진 사람도 많습니다 그대는 행복해야 합니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 몰려가고 몰려오는 시냇.. 삶의 묵상 2008.09.10
목련은 어찌하여 꽃부터 피는가 / 오정방 꽃시 목련은 어찌하여 꽃부터 피는가? 오정방 계절에 떠밀려 발가 벗고 겨우내 찬 비 바람 눈 몰아칠 때도 인고의 시간을 잘 견뎌내며 장승처럼 서있던 너, 목련 너도 이제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았구나 너의 숨소리 듣지 못하여 너의 손짓 알아채지 못하여 무심했던 발길이 부끄러운데 너는 죽은듯 살아 .. 꽃시 사랑 2008.09.08
자목련 / 박경현 꽃시 자목련 박경현 이글거리는 보랏빛 정욕 내뿜다 오르가슴 한번 제대로 못 느낀 처연한 곤충이어라. 눈보라 차디찬 바람 용히도 이겨내고 한 뼘 봄기운 조급히 즐기려는 조바심의 멍울이어라. 그 뉘를 향한 우직한 수줍음인가? 그 뉘를 찾는 기름진 용솟음인가? 그 뉘를 달랠 처절한 몸부림인가? 꽃시 사랑 2008.09.03
묵상 / 꽃밭에 서면 꽃밭에 서면 꽃밭에 서면 큰 소리로 꽈리를 불고 싶다. 피리를 불듯이 순결한 마음으로 꽈리 속의 자디잔 씨알처럼 내 가슴에 가득 찬 근심 걱정 후련히 쏟아 내며 꽈리를 불고 싶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동그란 마음으로 꽃밭에 서면 저녁노을 바라보며 지는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싶다. 남의.. 삶의 묵상 2008.08.22
들국 / 김용택 꽃시 들국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무슨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 꽃시 사랑 2008.08.21
모란 / 이 몽 희 꽃시 모 란 이 몽 희 누구를 위로하려고 여기에 온 것 아닙니다 누구에게 희망을 주려고 여기서 핀 것 아닙니다 지나가다 잠깐 스치는 눈길 가만히 이름 불러주는 목소리가 그리워 천년을 살 듯 목을 늘이고 이렇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꽃시 사랑 2008.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