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초 / 곽병술 꽃시 인동초 곽병술 샛노란 꽃대궁에 분홍 치마 저고리 날리며 넌지시 봄을 손짓하는 네 마음 곱기도 하구나 오늘을 꽃피우기 위해 매서운 설한풍에 얼마나 시달려 심장도 얼었을 터인데 인고의 보람 있어 순정의 꽃 곱기도 하다. 보슬비에 촉촉이 젖는 네 모습에 오가는 사람들 정겹고 검던 하늘도 환히 .. 꽃시 사랑 2011.04.28
나팔꽃 / 나태주 꽃시 나팔꽃 나태주 담벼락 가파른 절벽을 벌벌 떨며 기어올라간 나팔꽃의 덩굴손이 꽃을 피웠다 눈부시다 성스럽다 나팔꽃은 하루 한나절을 피었다가 꼬질꼬질 배틀려 떨어지는 꽃 저녁 때 시들기 시작하더니 다음날 아침 자취조차 없어졌다 그러나 빈 자리 그 어떤 덩굴손이나 이파리도 비껴서 갔다 나.. 꽃시 사랑 2011.01.28
무궁화 / 박인걸 꽃시 무궁화 박인걸 화려한 색깔로 뭇 시선을 휘어잡지 못해 라일락 짙은 향처럼 발걸음 멈추게 못해도 순결과 끈기로 한 여름 내내 피는 꽃이여 메마른 박토에서 울창하게 뻗어나지 못하고 흠모할 만한 풍모(風貌)도 없어 크게 주목 받지 못해도 맑은 가슴으로 의리 있게 피는 다홍빛이여 민족의 얼에 어.. 꽃시 사랑 2010.12.27
코스모스 頌 / 박이현 꽃시 코스모스 頌 박이현 코스모스 길을 달린다. 혼자는 연약하고 외롭기에 다보록히 어우러져야 마음이 놓이는건 어쩔수 없음이야. 소소소 가을 기쁨 안고 온 전령 너의 이름은 흔들리는 연민 틀림없는 고향마을의 아느작거림이야 마을 어귀 가로지르는 안개 길 이슬로 젖어드는 치맛자락 그때도 넌 지금.. 꽃시 사랑 2010.12.22
아카시아 꽃 / 박인걸 꽃시 아카시아 꽃 박 인 걸 가시에 찔리며 피었기에 속살은 더욱 희고 萬苦의 아픔을 견디었기에 꿀은 더욱 단가보다. 속으로 곪은 가슴에서 내뿜는 짙은 향이기에 온갖 벌 나비를 취하게 하는가 보다.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한 뜸 한 뜸 떠내려가던 나의 어머니 이불 보 자수(刺繡)로 새긴 꽃이여 바라만 보.. 꽃시 사랑 2010.11.11
라일락 꽃 / 박인걸 라일락 꽃 박 인 걸 사랑의 시련을 가슴에 안고 애절한 눈빛으로 연한 바람에도 하늘거리며 눈물을 펑펑 쏟는 여인아.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고통이 머리끝 까지 차올라도 위로해 줄 사람이 없어 처연한 몸짓이 더욱 가엽구나. 시퍼렇게 멍든 가슴이 숨 쉴 때마다 呻吟이 되어 보랏빛 아픔을 토하.. 꽃시 사랑 2010.11.03
달개비 꽃 / 박인걸 꽃시 달개비 꽃 박 인 걸 보랏빛 감자 꽃이 여름 햇살에 출렁일 때 떳떳한 양심으로 아무데나 뿌리를 박고 새파란 자존심을 세우며 작은 꽃잎을 피우기 위해 맑은 하늘을 마시던 밤이슬에 가슴을 씻어 진주보다 곱게 피는 잉크 빛 밝은 웃음에 코끝이 저며 온다. 여름 냄새 짙게 풍기는 낮은 들풀과 어깨동.. 꽃시 사랑 2010.10.11
배롱나무 꽃 / 예당 조선윤 배롱나무 꽃 예당 조선윤 화무십일홍이요 열흘 붉을 꽃 없다지만 석 달 열흘 피워내어 그 이름 백일홍이라 뜨거운 뙤약볕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꽃봉오리 터지던 날 진분홍 주름치마 나풀거리며 살랑이는 바람결에 살포시 미끈한 속살 내비치는 한여름의 청순한 화신이여! 제 안에 소리없이 시들어가.. 꽃시 사랑 2010.09.30
채송화 / 소양 김길자 꽃시 채송화 소양 김길자 몽당연필처럼 짤막한 이파리에 송골송골 맺힌 보석함 피었다지고, 또 피어도 세속에 물들지 않는 작은 소녀 햇살도 모르게 장독대 틈새 묻어 둔 상념 침묵으로 지키는 별빛 별꽃이겠지 빨강, 노랑, 하얀 꿈꾸며 휘파람새 유혹하니 가던 길 멈추고 꽃잎에 내려앉는 휘파람새 꽃시 사랑 2010.07.16
개망초 꽃 / 박인걸 꽃시 개망초 꽃 박 인 걸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존귀한 위치에 있지 못해도 버리진 땅을 점령하며 소박하게 피는 꽃 존재에 대한 불평이나 모양에 대한 열등감도 없이 자기들 모습 그대로 종족의 영역을 넓혀가는 탁월한 색상을 뽐내거나 흥건한 향을 내 뿜어 벌 나비들 주목받지 못해도 유월 햇살에 밝게 .. 꽃시 사랑 201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