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힘과 용기를 과신하여 무모한 짓을 한다는 고사성어 폭호빙하(暴虎馮河)

박남량 narciso 2018. 6. 4. 13:11

힘과 용기를 과신하여 무모한 짓을 한다는 고사성어 폭호빙하(暴虎馮河)



자기를 겸손히 낮춰 일컫고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은 성인의 본분과 실행에 관해 논하는 논어(論語) 술이(述而)편에 실린 글이다.

子謂顔淵曰(자위안연왈)
用之則行(용지즉행) 舍之則藏(사지즉장) 惟我與爾有是夫(유아여이유시부)
子路曰(자로왈)
子行三軍則誰與(자행삼군즉수여)
子曰(자왈)
暴虎馮河(폭호빙하) 死而無悔者(사이무회자) 吾不與也(오불여야)
必也臨事而懼(필야임사이구) 好謀而成者也(호모이성자야)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나를 써주면 나의 능력을 펼쳐 행하고 나를 버리면 나의 능력을 감추고 은거해야 하니 오직 나와 너만이 이 도를 갖추었구나.
자로가 말했다.
선생님께서 삼군을 통솔하시게 되면 누구와 함께 하시겠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호랑이를 때려 잡고 맨몸으로 강을 건너며 죽어도 후회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은 내가 함께 하지 않으리니
나는 반드시 일에 임하여 잘못 할까 두려워하고 계획을 세워 공 이루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것이다.

나름의 정치를 실행할 수 있는 지위가 주어지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성심껏 일하고 지위를 잃으면 물러나서 능력을 더욱 닦으며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군자의 모습이다. 공자는 안연만이 자신과 더불어 그런 처세의 태도를 지킬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자로는 자신이 남달리 용기가 뛰어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공자가 함께 정치하고 참여하고 물러날 줄 안다고 하면서 안연만을 칭찬하자 정치에 참여하게 되면 군대를 통솔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에 자기와 같은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의미로 누구와 함께 하시겠느냐고 물었다. 공자는 자로가 지나치게 용기와 힘을 숭상하여 겸손과 신중과 침착의 중요성을 무시할까 염려하여 이렇게 말한 것이다.

조선 후기 실학파 문인의 한 사람인 문무자(文無子) 이옥(李鈺.1760∼1812)의 한문 단편인 <장복선 전(張福先 傳)>을 통해 어려운 사람을 돕느라 공금을 횡령한 주인공 장복선(張福先)이라는 사람을 협객으로 소개하는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 장복선은 어려운 사람을 돕느라 공금 횡령의 협의를 쓴 인물이다. 그는 평양 감영의 은을 보관 관리하는 창고지기로 일하면서 이천냥의 은을 유용한 협의로 처형을 기다리는 처지에 있었다.그는 평소 남의 어려움을 보면 발벗고 나서기 일쑤여서 서민들의 선망을 받는 인물이었다.

그는 처형 전날 밤 지필묵을 가져오게 하여 "죽는 것을 아까워 할 까닭은 없으나 내가 죽은 후 혹시 관(官)의 재물을 훔쳐 사욕을 채웠다는 말이 남으면 이 또한 대장부의 수치가 아닌가"하면서 자신이 도와준 내용을 목록으로 작성하였다. 장례비용이 없어 염습도 못하고 있는 이웃을 위해 쓴 것, 혼기를 놓친 노처녀를 위해 결혼 비용으로 마련해 준 것, 노총각 장가들일 때 쓴 것, 환곡을 갚지 못하고 있는 이웃을 위해 쓴 것 등 낱낱이 적었는데  그가 유용한 공금 이천여냥 그대로였다.

날이 밝아 오늘 장복선이 처형된다는 소문을 들은 평양 사람들이 몰려나와 눈물을 흘리는가 하면,기생 100여명은 머리 모양과 옷매무새를 한가지로 하고 감영의 뜰 아래 줄지어 모여 절을 하면서 구명의 노래를 합창하였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 장복선이 살려줍사 천번만번 비나이다 / 미동대감 채판서님 장복선을 살리소서 / 장복선을 살리시면 정승자리 오르시리 / 정승을 못하셔도 전반같은 비단댕기 / 작은 도령 얻으시와 슬하에 두시리다 / 비나이다 비나이다 / 장복선이 용서하사 명대로 살게하소

그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과 구경꾼들이 몸에 지니고 있던 패물과 돈을 던져 주자 삽시간에 부족한 공금을 메꾸었다고 한다. 공금 횡령이라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어려운 백성들을 위해 공금을 사용했으니 사욕을 위해 횡령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형장에 당당히 걸어 나갔으니 그러한 용모야말로 진정한 용기를 지닌 협객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힘이 있다고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황하를 걸어서 건너는 것은 오히려 자기 과시의 성격이 짙다. 내가 하는 일이 비로 옳다고 생각되어도 많은 토론과 사회의 검증을 거쳐서 진정한 용기와 힘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논어(論語) 술이(述而)편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폭호빙하(暴虎馮河)이다.

폭호빙하(暴虎馮河)란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맨몸으로 항하를 걸어서 건넌다는 뜻으로, 자신의 힘과 용기를 과신한 나머지 무모하게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을 말한다.<꽃사진: 땅두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