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나랏일을 걱정하는 것을 가리키는 고사성어 칠실지우(漆室之憂)
춘추 시대 노(魯)나라 칠실읍(漆室邑)에 한 처녀가 살고 있었다. 당시 노(魯)나라는 목공(穆公)이 다스리고 있었는데 그는 나이가 많았고 태자는 어린 상태라 정치가 매우 불안정했다.
어느 날 칠실녀(漆室女)가 기둥에 기대어 흐느껴 울자 옆에 사람이 듣고 우는데 그 모습이 매우 애절했다. 어찌하여 그렇게 구슬피 울고 있는가? 그대가 시집을 가지 못해서 그런가? 이웃집의 여인이 묻자 칠실녀(漆室女)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어찌 시집을 가지 못해서 이렇게 슬퍼하고 있겠습니까? 나는 지금 노나라 군주는 노쇠하고 태자는 나이가 어려 이를 걱정해서입니다."
이웃집 여인이 웃으면서 말했다.
"나라 걱정은 대부들이나 하는 일이지 어찌 아녀자가 그런 일에 신경쓸 일이 있겠는가?"
칠실녀가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옛날 우리 집에서 묵은 적이 있었던 진나라 손님이 말을 정원에 묶어 두었는데 그 말이 줄을 풀고 달아나 우리 집 채소밭을 망쳐 놓았습니다. 그래서 우리집 식구들은 그 해에 채소를 먹을 수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 노나라 군주는 도리가 없고 어린 태자는 우매하니 장차 노나라의 정치는 어리석고 거짓되게 행해질 것입니다. 무릇 노나라에 환란이 닥치면 군신과 부자는 모두 욕됨을 입고 그 화는 일반 서민들에게도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그것을 크게 한탄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아녀자가 무슨 관계냐고 말씀하셨는데 어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웃집 여인이 사죄하며 말했다.
"그대가 걱정하는 일이 나에게까지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해서였다."
삼 년 후에 과연 노(魯)나라에 내란이 일어나자 제(齊)와 초(楚) 두 나라가 합세해서 공격해왔음으로 노(魯)나라는 계속해서 침략을 받게 되었다. 정치와 관련이 없는 지방의 한 여인이 시대를 걱정하면서 매일 한숨을 쉬고 울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은 지나친 근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춘추전국 시대의 정치 현실에서 여성은 완전히 소외된 존재였다. 얼마나 어지러우면 시골의 여인네까지도 걱정하였을까.
유향(劉向)의 열녀전(列女傳)에서 유래하는 고사성어가 칠실지우(漆室之憂)이다.
칠실지우(漆室之憂)란 중국 노나라 칠실에 사는 한 여인의 근심이라는 뜻으로 나랏일을 걱정하는 것을 말한다. 제 분수에 맞지도 않는 근심을 이르는 말, 자기 분수에 넘치는 일을 근심함을 이르는 말이다.<꽃사진: 마타피아>
'고사 성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래의 면목이나 심성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고사성어 체로금풍(體露金風) (0) | 2018.06.14 |
---|---|
현재의 어려움은 미래의 성공을 위한 시련이라는 고사성어 척확지굴(尺蠖之屈) (0) | 2018.06.12 |
세속의 먼지를 털고 만 리 흐르는 물에 발을 씻는다는 고사성어 탁족만리(濯足萬里) (0) | 2018.06.06 |
힘과 용기를 과신하여 무모한 짓을 한다는 고사성어 폭호빙하(暴虎馮河) (0) | 2018.06.04 |
징조를 보고 다가올 일에 대비하여야 한다는 고사성어 이상지계(履霜之戒) (0) | 2018.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