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효성이 지극하면 기적적으로 하늘의 도움을 입게 됩니다

박남량 narciso 2017. 5. 4. 12:30


효성이 지극하면 기적적으로 하늘의 도움을 입게 됩니다



송도(宋燾)라는 이는 과거시험에 우등으로 함격하여 녹미를 받아 먹고 있었습니다. 몸이 쇠약해 병으로 누워 있는데 어느 날 관가의 아전이 편지를 가지고 이마가 흰 말을 끌고 와서 "아무쪼록 시험에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했습니다. 시험을 보게 해서 보직을 주기 위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송공(宋公)은 병을 무릅쓰고 말을 타고 아전을 따라갔습니다. 도중의 길은 전혀 낯이 선데 얼마 가지 않아서 어떤 거리에 이르렀습니다. 마치 제왕의 궁궐과도 같았습니다. 이윽고 관가에 들어가 보니 실로 웅장함의 극치를 이룬 건물이었습니다. 위쪽에는 관리가 십여 명이나 즐비하게 앉아 있었으며 모두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나 관제(關帝) 즉 관운장(關雲長)만은 알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시험이 시작되었는데 장생(張生)이라는 사람과 함께였습니다. 송공(宋公)이 시험지에 나온 문구에 따라 시(詩)를 지어 올리니 시험관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습니다. 그리고 공(公)을 가까이 부르더니 "하남성 성황당에 귀신의 자리가 비었으니 그대는 그 자리에 적합하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송공(宋公)은 깜짝 놀랐습니다. 성황당 귀신이라니, 그 말은 곧 자신이 죽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송공(宋公)은 엎드려 울면서 청원을 하였습니다.

"과분한 말씀 참으로 감사하여 거역하는 것도 황공하기 짝이 없사오나 저에게는 칠순되는 노모가 계시어 나 밖에는 봉양해 드릴 사람이 없사옵니다. 아무쪼록 모친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징용을 유예해주기 바라나이다."

그러자 위쪽에 있던 제왕인 듯한 신(神)이 즉시 모친의 수명을 적은 장부를 조사하도록 명령하였습니다. 긴 수염의 한 관리가 장부를 뒤적거리며 "앞으로 9년이 남았습니다." 라고 아뢰었습니다. 신(神)들이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관제(關帝) 즉 관운장(關雲長)이 나서 말했습니다.

"무방할 것이오. 한 때 성황당 귀신 자리는 장생(張生)에게 대리를 시키고 9년이 지나 교체시키면 좋을 것이오. 즉시 부임시킬 것이나 그대의 효심(孝心)이 갸륵하여 9년 동안의 휴가를 하사한다. 기일이 되면 호출하리라."

그리고 같이 시험을 친 장생(張生)에게도 무언가 격려의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절을 하고 같이 물러나왔는데 장생(張生)은 송공(宋公)의 손을 잡고 교외까지 바래다주면서 자기는 장산현(張山縣)의 장모(張某)라고 말하고 작별을 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리하여 송공(宋公)은 말을 타고 돌아왔는데,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꿈에서 깨어난 듯하였습니다. 그때는 송공(宋公)이 죽은 지 이미 사흘이 지났습니다. 모친이 관속에서 나는 신음소리를 듣고 송공(宋公)을 살려내자 반나절이나 있다가 간신히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신을 수습한 송공(宋公)이 장산현(張山縣)에 사람을 보내 알아보았더니 과연 장모(張某)라는 이가 그와 헤어졌던 날에 죽었습니다.

그 후 9년이 지나자 모친은 사망하였고, 송공(宋公)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자 목욕을 한 후 자기 방에 들어가 조용히 죽어갔습니다. 그가 저승에서 성황당 귀신으로 복귀했는지 여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이 글은 노모를 살리려는 자식의 극진한 마음이 저승의 신령들을 감동시킨 이야기입니다. 부모에 대한 존경의 마음은 자식된 사람으로써 마땅히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최소한의 예의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존경심이야말로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되기 때문입니다. 중국 명나라 말 청나라 초에 살던 문인 포송령(蒲松齡 1640-1715)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이야기나 자신의 경험담까지 합쳐서 지은 기담 모음집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실린 글입니다.

부모에 대한 자녀들의 의무는 무엇일까요?
효도하는 것은 모든 선(善)의 으뜸입니다. "자녀들은 부모에게 마땅히 공경(효도)하고 감사하며 공손하고 순종해야 하며...장성한 자녀들은 부모의 노년과 병환 중에 고독하거나 곤궁한 때에 물질적 정신적 도움을 드려야 한다."(간추린 가톨릭교회교리서 459)

매일 매일 바뀌는 세상에도 변하지 않는 명심보감의 진리는 이렇습니다. "효자가 어버이를 섬기는 일은, 기거함에 있어서는 공경을 다해야 하고 봉양함에 있어서는 즐거움을 다해야 하며, 병들었을 때에는 근심을 다해야 하고 돌아가실 때에는 슬픔을 다해야 하며 제사지낼 때에는 엄숙함을 다해야 한다."<꽃사진; 줄무늬범부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