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현대사회는 자유와 평등을 지상의 이념으로 내세운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박남량 narciso 2016. 8. 8. 12:52


현대사회는 자유와 평등을 지상의 이념으로 내세운 민주주의 사회입니다



어느 날 인도의 왕이 신하들을 거느리고 유유히 흐르는 갠지스 강에 이르렀습니다. 왕의 모습을 보려고 가까운 도시와 지방에서 백성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는데 왕은 군중을 향해 갠지스 강을 가리키며 엉뚱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봐라! 이 많은 사람 중에 저 갠지스 강을 거꾸로 흐르게 할 자는 없는가?"

뜻밖의 질문에 근신과 호위병, 그리고 백성들 할 것 없이 모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작은 지냇물이라면 보(堡)로라도 막아 물을 역류시킬 수도 있겠지만 갠지스 강이면 동서고금에 알려진 유유 장강인데 그것을 거꾸로 흐르게 하라니, 모두 왕의 의중을 헤아릴 길이 없어 황송할 따름이었습니다. 아무도 대답이 없자 왕은 다그쳐 물었습니다.

"저 강물을 거꾸로 흐르게 할 자가 정녕 아무도 없더란 말이냐?" 그때였습니다.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군중들 저 뒷전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목소리의 주인은 여자였고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습니다. 왕이 나오라고 하자 왕 앞에 나와 큰절을 올리는 여인은 미천하고 야해 보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대가 강물을 거꾸로 흐르게 하겠다고?"

"예. 사람이 진실하게 살기만 한다면 강물이라도 거꾸로 흐르게 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한번 저 강물을 거꾸로 흐르게 해보겠습니다."

여인의 자신만만한 소리에 군중들은 수군대기 시작했습니다.

"좋다. 강물을 거꾸로 흐르게 해보라!"

왕이 명령을 내리자 여인은 강물을 향해 외쳤습니다.

"갠지스 강아! 거꾸로 흘러라!"

여인의 외침이 그치자마자 엄청난 소용돌이 소리가 천지에 진동하기 시작했고, 강물을 보니 거대한 소용돌이가 치더니 물이 거꾸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왕과 군중은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분명 거꾸로 흐르는 강물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에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강물이 다시 원래대로 흐르기 시작했을 때 왕이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이기에 그런 마법을 지녔단 말이냐?"

"마법이 아니라 힘입니다."

"힘이라면 무슨 힘으로 강물까지 거꾸로 흐르게 할 수 있단 말이냐? 너에게 힘을 주는 자는 누구인가?"

"진실의 힘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대체 너는 무엇을 생업으로 삼고 있기에 그토록 진실하단 말이냐?"

"몸을 팔고 있는 창부이옵니다."

창부라? 왕과 군중은 다시 한 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왕이 꾸짖었습니다.

"네가 창부라면, 어떻게 너에게 진실의 힘이 있을 수 있느냐? 너야말로 부도덕한 자요, 타락할 대로 타락한 자요, 불성실한 자요, 방탕한 자요, 방종한 자요, 범법자에 눈 먼 바보들로부터 돈을 갈취해 살아가는 자가 아닌가?"

여인은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대왕이여!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저는 바로 그와 같은 천민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진실을 실행하는 힘이 있어 제가 하려고만 하면 그 힘에 의해 방금 갠지스 강을 거꾸로 흐르게 했듯 세상을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왕은 경이의 눈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네가 말하는 진실을 실행하는 힘이란 무엇이냐?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온단 말이냐?"

그러자 여인이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여! 저는 귀족이든 바라문이든 평민이든 노예든 저에게 돈을 주는 사람에게는 평등하게 대합니다. 귀족이라 해서 특별히 존경한다든가, 노예라 해서 경멸한다든가 하는 일이 없습니다. 저는 좋고 싫고를 떠나서 저의 몸을 사는 사람에게는 평등하게 봉사합니다. 대왕이여! 이것이 제가 진실을 실행하는 근거이며, 그 힘에 의해 저 거대한 갠지스 강이 거꾸로 흐른 것입니다."

흔히 밑바닥 인생이라 불리는 일개 창부가 이러한 기적을 일으켰다는 사실은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요? 이 여인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무엇일까요? 불교경전에 실린 글입니다. 옛 성현들의 지혜와 해학이 담겨 있는 '한 여름밤의 고전 산책(박서림/샘터 2004) 갠지스 강을 거꾸로 흐르게 한 여인'이란 글에서 인용히였습니다. 여인이 하고자 하는 핵심은 평등사상입니다. 사람을 대하되 그 신분의 고하, 재산의 다과, 능력의 유무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대한다는 것, 말이야 쉽지만 결코 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입니다.

사람은 왜 평등한가?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고, 동일한 이성적 영혼을 지닌 모든 사람은 같은 본성과 같은 근원을 가지고 있다. 유일하신 구세주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사람은 똑같이 하느님의 행복에 참여하도록 부름 받았으므로 동등한 존엄성과 기본 권리를 누린다."(가톨릭교회교리서 1934-1935,1945)<꽃사진: 부추(정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