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한 가지에 미치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박남량 narciso 2017. 9. 27. 15:25


한 가지에 미치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조선 숙종 때에 현묵자(玄默子) 홍만종(洪萬宗 1643-1725)이 와병생활을 하며 여러 야담 및 설화 등을 모아 수록한 소화집(笑話集)인 명엽지해(蓂葉志諧)에 실린 글에 옛 것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다 결국 삶의 균형을 잃어 버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그러합니다. 책을 읽는 것도 그러합니다. 심지어는 음식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옛 것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상당한 부자였습니다. 누군가가 옛 물건을 가지고 있다 하면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그것을 사들였습니다. 어느 날 어떤이가 깨진 표주박 하나를 가지고 와서 말하였습니다.

"이것은 허유(許由)가 귀를 씻었던 표주박이랍니다."

부자는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허유(許由)는 요(堯)임금이 천하를 넘겨주겠다고 하자, 더러운 이야기를 들었다며 강물에 귀를 씻고 은거하였던 고대 중국의 기인(奇人)입니다. 부자는 백 금을 주고 그 표주박을 샀습니다.

얼마 후에 다른 사람이 다 해어진 돗자리를 가지고 와서 말하였습니다. "이것은 공자님이 강의하실 적에 쓰시던 자리입니다." 부자는 매우 흡족해 하며 백 금을 주고 그 돗자리를 샀습니다.

또 얼마 후에 어떤 사람이 낡은 대나무 지팡이 하나를 들고 와서 말하였습니다. "이것은 후한의 비장방(費長房)이 호수에서 이무기와 싸울 때 썼던 지팡이랍니다." 부자는 또 백 금을 주고 그 물건을 샀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결국 집안의 재물이 모두 바닥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부자는 마음이 흡족하였습니다. 어느 날 부자는 의연히 일어나서 왼손에는 표주박을 들고,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짚고, 겨드랑이에는 돗자리를 끼고서 절뚝거리며 길거리로 나섰습니다. 그것은 영락없는 거지꼴이었습니다. 이웃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모두들 웃음을 참지 못하였습니다.


옛 것을 좋아하다 재산을 탕진하다는 뜻으로 호고파산(好古破産)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별로 필요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지나친 신경을 기울이면 결국 신세를 망치게 된다는 의미가 담긴 말입니다. 균형과 조화를 이룬 삶일수록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피어납니다.

지금 이 시간에 여러분이 누리는 풍요가 그들의 궁핍을 채워 주어 나중에는 그들의 풍요가 여러분의 궁핍을 채워 준다면,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는 성경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많이 거둔 이도 남지 않고 적게 거둔 이도 모자라지 않았다.” (2코린 8,14-15) <꽃사진: 덴파레(Denphal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