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한국적인 정신문화의 산물이며 전통 문화유산인 토정비결(土亭秘訣)

박남량 narciso 2017. 4. 12. 12:58


한국적인 정신문화의 산물이며 전통 문화유산인 토정비결(土亭秘訣)



사람들은 예로부터 천문(天文), 지리(地理), 역학(易學), 풍수(風水), 복서(卜筮), 상법(相法) 등 다양한 술법을 익혀 왔습니다. 이를 통해서 미래를 알고 길흉화복(吉凶和福)을 인간에게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천문(天文)은 별들의 위치, 방위, 역법, 점성술을 연구하는 것이며, 지리(地理)는 기후, 생물, 인구, 교통, 산과 강을 연구하는 것이며, 역학(易學)이나 복서(卜筮)는 주역팔괘(周易八卦)를 통해 미래를 점치고, 풍수(風水)는 땅의 방위와 생김새로써 길흉을 논하는 것이며, 상법(相法)은 수위 관상법입니다. 조선 후기 이래 민초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예언서로는 토정비결(土亭秘訣)이 있습니다.

토정비결(土亭秘訣)은 조선 중종 때 주역과 제가 잡술에 능통했던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이 썼다고 전해지는 도참서(圖讖書)입니다. 이지함(李之菡)은 어려서 형에게 배우고 뒤에 화담(花潭) 서경덕(徐敬德 1489-1546)에게 배웠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마포 나루터에 나무를 전혀 쓰지 않고 순전히 흙으로만 쌓아 올린 정자를 만들어 그곳에 기거하였으므로 세상사람들이 그를 토정선생(土亭先生)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남다르게 총명하고 남돕기를 좋아했습니다. 결혼을 해서도 자신보다는 남을 위하는데 힘썼으며,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였으므로 사람들은 몸이 아파도 찾아오고, 장사가 잘 안 되어도 주역에 능통한 그를 찾아왔습니다. 특히 그는 닥쳐올 액을 미리 내다보고 피할 수 있게 해 주었으므로 소문을 듣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운명을 봐달라고 하는 통에 찾아온 사람들은 며칠씩 순서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토정선생(土亭先生)은 이에 주역 팔괘(周易八卦)를 응용하여 미래를 알 수 있는 예언서를 만들었습니다. 바로 토정비결(土亭秘訣)입니다. 석중결(石中訣)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런데 이 토정비결(土亭秘訣)이란 책이 너무도 신기하게 앞일을 잘 맞히자 백성들이 일은 하지 않고 미래를 악용하여 약은 꾀로만 살려고 하였습니다. 이런 폐단이 일어나자 토정 선생(土亭先生)은 토정비결(土亭秘訣)의 내용을 절반만 맞고 절반 정도는 맞지 않도록 고쳐 버렸다고 합니다.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은 호걸, 기인 등으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기문기답(奇問奇答)으로도 유명합니다. 어떤 사람이 토정선생(土亭先生)에게 물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부자는 누구요?"

"富莫富於不貪(부막부어불탐)
이 세상에서 제일 가는 부자는 부자를 욕심내지 않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인은 누구요?"

"貴莫貴於不爵(귀막귀어부작)
이 세상에서 제일 가는 귀인은 벼슬을 욕심내지 않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사람은 누구요?"

"强莫强於不爭(강막강어부쟁)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다투지 않는 사람이다."

토정(土亭) 이지함(李之菡)은 항상 가난했고 그 행색도 특이했습니다. 쇠붙이를 두들겨 만든 쇠갓을 쓰고 다녔으며, 솥에 구멍이 나자 그 갓을 뒤집어 솥으로 대용하였으며, 신은 나무를 파서 만든 나막신을 신고 다녔습니다.

그가 신비스러운 것은 그는 가끔 제주도를 왕래하였는데, 광풍이 몰아치는 악천후에도 조각배를 이용하여 제주도를 왕래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일엽편주로 항해를 할 때면, 꼭 닭 네 마리를 배의 귀퉁이에 매달아 균형을 유지하여 침몰의 위기를 모면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길을 가다가도 잠이 오면 지팡이에 턱을 괸 채 서서 잠을 자기도 하였습니다.

토정선생(土亭先生)은 율곡선생(栗谷 先生)과도 친분이 있었지만 서로 다툰 적도 많은 사이었습니다. 그러나 당파싸움으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 율곡선생(栗谷 先生)이 귀향하려하자, 토정(土亭)은 율곡(栗谷)을 찾아가 "율곡마저 귀향하게 되면 당파싸움은 누가 막고, 백성은 누가 다스리나." 하고 설득하여 율곡선생(栗谷 先生)의 귀향을 포기하게 한 적도 있습니다.

다양한 술법 즉 천문(天文), 지리(地理), 역학(易學), 풍수(風水), 복서(卜筮), 상법(相法) 등은 학문적 요소와 주술적 요소가 혼재되어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상태로 지금도 민중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김창현 편저 <재미있는 고전여행>에서 인용한 토정비결(土亭秘訣) 외에도 정사나 양서로서의 가치는 없지만 말세적 민간 신앙으로 구전되면서 유언비어로써 강력한 힘을 발휘한 책 정감록(鄭監錄), 임진왜란을 예언하였다는 조선 명종 때 사람인 격암(格庵) 남사고(南師古)의 예언을 비록해 놓은 격암유록(格庵遺錄)이 있습니다.

토정비결(土亭秘訣)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설이나 야사를 통해 토정선생(土亭先生)에 대한 여러 가지 신비한 일화가 전해져 옴으로써 토정 선생(土亭先生)이 쓴 비결이라면 적중률이 높을 것이라는 신뢰감과 백성들이 쉽게 일년 신수를 볼 수 있을 뿐만아니라 그 내용에 성실, 근면, 정직하며 길운이 오는 괘, 노력하여 성공하는 괘, 선행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기는 괘 등 전통 서민의 실천윤리가 담겨있어 서민들이 살아가는데 현명한 판단을 하게 하는 교훈적 내용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림; 작자 미상의 문배도(門排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