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산책

우리 미술관 옛그림 - 작자 미상의 <연방동년일시조사계회도(蓮榜同年一時曹司契會圖)>

박남량 narciso 2017. 4. 17. 16:20


우리 미술관 옛그림

작자 미상 <연방동년일시조사계회도(蓮榜同年一時曹司契會圖) 부분>



작자 미상의 연방동년일시조사계회도(蓮榜同年一時曹司契會圖)라는 이 그림은 국립광주박물관에 소장된 그림으로 1531년 과거에 급제한 김인후(金仁厚 1510∼1560)를 비롯한 7인의 동기는 11년쯤 후 햇빛이 화사한 날 다시 모였습니다. 그것이 이 그림으로 남겨졌습니다. 모임에 참여한 사람은 정유길(鄭惟吉 1515~1588), 민기(閔箕 1504∼1568), 남응운(南應雲 1509∼1587), 이택(李澤 1509∼1573), 이추(李樞 생몰년 미상), 김인후(金仁厚 1510∼1560) 그리고 윤옥(尹玉 1511∼1584) 이렇게 7명입니다.

동년(同年)이란 옛사람들은 같은 과거에 합격한 동기생들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그들의 명부를 동년록(同年錄)이라 했습니다. 또 함께 합격한 사람을 동방(同榜)이라 했습니다. 동방들의 이름을수록한 책자가 바로 흔히 알고 있는 방목(榜目)입니다. 방목(榜目)이나 동년록(同年錄)이나 모두 과거 동기생의 명단인 셈입니다. 이 그림에서 연방(蓮榜)이란 조선 시대에 소과(小科)인 생원과, 진사과의 향시(鄕試), 회시(會試)에 합격한 사람의 명부를 이르는 말입니다.

동방(同榜)은 단순히 방목(榜目)에 적힌 명부상의 인연이 아니었습니다. 출신 지역이 저마다 다르고, 가문의 지체 또한 각기 달랐지만 동기의식의 저변에는 과거라는 능력시험을 통해 맺어진 인연이라는 동질감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동질감 속에는 일종의 엘리트의식이 투영되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옛사람들은 과거를 소중히 여긴 만큼 동기의식도 각별했습니다. 동기생의 인연은 당대는 물론 대를 지어 지속되기도 했으며 동기생의 부형을 자신의 부형처럼 여기는 미덕도 있었습니다.

계회도 위쪽에 있는 글은 김인후의 글로 하서집(河西集)에 신묘연방조사계회축(辛卯蓮榜曹司契會軸)으로 나옵니다. 시의 내용에 따르면 1531년 사마시에 입격한 동기생들이 십여 년을 전후하여 문과에 급제한 후 모임을 가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그린 그림입니다. 시(詩)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衿佩當時一榜歡(금패당시일방환)
科名先後十年間(과명선후십년간)
朝端共路非新契(조단공로비신계)
都下分司各末班(도하분사명말반)
隨處未開眞面目(수처미개진면목)
偸閒須向好江山(투한수향호강산)
相從乍脫塵銜束(상종사탈진함속)
莫使尊前笑語闌(막사존전막어란)

옥패를 두를 당시 한 번 방이 붙어서 기쁜데
등과의 이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십 년간이니
조정에서 같은 길로 가자는 새로운 약속이 아니라
도성 안 분사에 이름이 말단이라네
도처에서 진면목을 꽃피우지 못했는데
한가한 틈엔 오직 강산을 좋아하여
서로 따르며 잠시 티끌을 벗어 관직을 묶어두니
존귀한 분 앞에서 고요한 말을 가로막지 마시게

朝端(조단) : 조정(朝廷)
都下(도하) : 서울 지방(地方). 서울 안. 서울
分司(분사) : 조선(朝鮮) 때, 경연(經筵)의 일을 맡았던 관청(官廳)
末班(말반) : 지위(地位)가 낮은 벼슬아치를 이르던 말
隨處(수처) : 여기저기, 도처에, 어디서나
偸閑(투한) : 바쁜 가운데 틈을 얻어 냄, 틈을 타서 일을 함
相從(상종) : 서로 따르며 친하게 지냄 .
존귀(尊貴) : 한 사람의 앞, 존경(尊敬)하는 사람의 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