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하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보이는 대로 보라

박남량 narciso 2019. 9. 17. 13:47


하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보이는 대로 보라



세상의 모든 존재는 나름대로의 고유한 시스템에 속해 있으며, 그 시스템은 무한히 다양할 수 있습니다. 무한히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금 여기에 실재하는 이 세계의 모습입니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나 두루 통하는 보편적이고 절대적 원칙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은 실재하는 세계가 아닌 꿈의 세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장자는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려는 생각과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하는 세계에 실재하는 삶과의 간극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양생주(養生主)에 실린 글입니다.

吾生也有涯(오생야유애) 而知也无涯(이지야무애)
以有涯隨无涯(이유애수무애) 殆已(태이)
已而爲知者(이이위지자) 殆而已矣(태이이의)

우리의 삶에는 끝이 있으나 앎에는 끝이 없다.
끝이 있는 삶으로 끝이 없는 앎을 따른다면 위태로울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앎을 추구한다면 더욱 위태로울 따름이다.

다시 말하자면 "하고 싶은 대로 보지 말고, 보이는 대로 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어떤 시스템을 막론하고 모두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원칙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자기 안에 내면화된 성심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우리는 평소에 이를 의심하거나 문제 삼지 않고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언제 자신의 성심을 인식하게 될까요? 그것이 통하지 않는 타자를 만난 자신의 선입견이 좌절되는 경험을 할 때입니다. 그때 비로소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던 성심을 의식하고, 그것이 보편적으로 통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꽃사진: 백리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