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자연은 도둑질을 모른다 오직 사람만이 도둑질을 한다

박남량 narciso 2019. 8. 7. 14:24


자연은 도둑질을 모른다 오직 사람만이 도둑질을 한다



물건을 훔치거나 돈을 훔치는 이는 도둑놈이 되지만 마음을 훔치면 도둑이라 하질 않습니다. 그러나 장자(莊子)의 눈으로 본다면, 마음을 훔치는 이가 큰 도둑이고 마음을 훔치는 방법을 제시하고 군왕들이 그것을 정치로 펴도록 꼬이는 성인은 상도둑의 하수인으로서 큰 도둑입니다. 이를 밝히려고 장자(莊子)는 도척(盜跖)과 그 부하가 도적질의 도(道)에 관해서 대담을 나누게 합니다.

도척(盜跖)의 부하가 도둑질에도 도(道)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도둑 중에 상도둑인 도척(盜跖)이 말합니다.

"도가 없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 방 안에 무엇이 있는가를 잘 알아 맞추는 것이 성(聖)이다. 몰래 들어갈 때 맨 앞에 서는 것이 용(勇)이다. 나올 때는 맨 뒤에 있는 것이 의(義)이고 될지 않될지를 아는 것이 지(知)이다. 그리고 분배를 공평하게 하는 게 인(仁)이다. 이 다섯 가지를 갖추지 않고 큰 도둑이 된 이는 하나도 없다."


장자(莊子) 외편(外編) 거협편(胠篋篇)에 실린 이야기입니다. 도둑질에서 선(善)은 남의 것을 훔치고 뺏는 것입니다. 도둑놈이 그짓을 몹쓸 악(惡)으로 확신한다면 어떤 도적이 그런 짓을 하겠습니까. 사연이 없는 무덤이 없는 것이고 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말은 있는 법입니다. 도척(盜跖)이 말하는 선(善)은 인위(人爲)의 선(善)입니다. 이처럼 인위(人爲)로 갈라 놓은 선악(善惡)이라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거리가 되며 귀에 걸면 귀거리가 되고 맙니다. 참다운 선(善)이란 이러한 변덕을 부리지 않습니다.

참다운 선(善)에는 악(惡)이라는 분별이 없는 까닭입니다. 사람을 죽이는 독을 품은 독사를 사람은 악(惡)이라 보겠지만 자연은 독사나 사람이나 다 같이 바람을 마시고 물을 마시면서 흙에서 살게 할 뿐입니다. 그러한 이치에서 본다면 어찌 자연에 선악(善惡)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참다운 선(善)은 자연에 있으며 그 선(善)은 상대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인위(人爲)의 선(善)은 항상 상대적인 선(善)이므로 악(惡)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이야기하려고 장자(莊子)는 도척(盜跖)과 그 부하 사이에 대화를 나누는 우화를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인위(人爲)의 선(善)은 베푸는 이득은 적고 해가 많다며 장자(莊子)가 시원하게 시비를 가려주었습니다. <꽃사진: 립스틱 플랜트라는 트리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