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묵상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은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박남량 narciso 2019. 9. 25. 16:37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은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장자(莊子)에 나오는 애태타(哀駄陀)는 자기 비움을 통한 '양행(兩行)'으로 소통의 달인이 된 사람이며,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장자(莊子) 내편(內篇) 덕충부(德充符)에 나오는 글입니다.

옛날 중국 위(魏)나라에 못생긴 사람이 있는데 이름이 애태타(哀駄陀)라고 한답니다. 슬플 정도로 등이 낙타처럼 구부러진 어리석은 사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남자들이 그와 함께 있으면 사모하며 떠나질 못하고 여자들이 그를 만나면 다른 이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그의 첩이 되겠다고 청한답니다.

아직까지 그가 자기주장을 하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늘 다른 사람들과 화합할 따름입니다. 군주의 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해주는 것도 아니요, 재산이 많아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니요, 게다가 그 흉한 꼴이란 온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랍니다. 타인과 화합할 뿐 제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그가 아는 것이 사방 먼 곳에까지 미치지 못하는데 남녀가 그 앞에 모여든답니다. 그에게는 분명 다른 사람과는 다른 점이 있을 겁니다.


자기주장을 하는 법이 없고 늘 다른 사람과 화합할 따름이었다는 말은 화이불창(和而不唱)이었다는 것입니다. '나'라는 자의식에서 벗어난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뿐 내 생각을 강력하게 주장하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예컨데 물 같은 사람입니다. 권력, 부, 미모, 그중 어느 것 하나도 없는 애태타(哀駄陀)가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남의 생각을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것도 진정한 소통의 첫걸음입니다.

애태타(哀駄陀)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 능력에 있습니다. 참된 친구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세요. 그 친구가 권력과 부와 미모를 가지고 있어서 참된 친구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런 것들은 이해관계가 맺어지는 조건이며, 시간과 더불어 허망하게 사라질 뿐입니다. <꽃사진: 사계국화(청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