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면 날지 못합니다
여우가 숲 속에서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놀란 여우는 발이 땅에 붙었습니다. 하지만 금방 표정을 바꾸며 소리쳤습니다.
『건방진 호랑이야, 내가 누군지 알겠냐?』
호랑이는 얼떨떨했습니다. 예전에 알던 여우가 아니었던 겁니다.
『내가 누군지 보여주지. 따라와 봐!』
여우의 말에 호랑이는 어슬렁어슬렁 따라갔습니다. 그런데 내로라하던 맹수들이 여우를 보자 슬금슬금 도망치는 것이었습니다.
호랑이는 놀랐습니다. 여느 때의 여우가 아니었습니다. 호랑이는 슬그머니 뒤로 빠졌습니다.
곁눈질을 하던 여우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숲으로 사라졌습니다. 여우 뒤에 있던 호랑이 때문에 도망쳤건만 정작 호랑이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배고픈 쥐가 달걀을 보았습니다. 어떻게든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쥐는 머리를 갸우뚱하더니 친구들을 불렀습니다. 그러더니 달걀을 안고 발랑 누웠습니다. 그러자 다른 쥐들이 꼬리를 물고 끌고 갔습니다. 한갓 미물도 궁하면 어떤 식으로든 헤쳐 나갑니다. 사람인 우리가 못할 일은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주님을 따르는 길입니다.
살다 보면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그런 체험을 합니다. 인생 자체가 본질적으로 막막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길을 멈추면 안 됩니다. 아무리 긴 터널도 앞으로만 가면 끝을 만납니다. 중간에서 갈까 말까 망설여선 안 됩니다. 인생 터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것이 막히고 답이 보이지 않더라도 하던 일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대로 하면서 답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해 왔으니 앞으로도 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지금까지 축복을 주셨으니 앞으로도 주실 것이라는 신앙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별난 길이 아닙니다.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독수리가 붙잡혀 줄에 묶였습니다. 끊으려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날카로운 부리로 며칠을 흔들어도 줄을 그대로였습니다. 1년이 지났습니다. 독수리는 지쳤습니다. 그사이 줄도 삭았습니다. 다시 힘차게 흔들면 끊어질 상황이었지만 독수리는 포기한 듯합니다.
좌절이라는 새로운 밧줄에 묶였기 때문입니다. 포기하면 날지 못합니다. 포기하지 않을 때 예수님의 길을 걷게 됩니다.
<신은근 신부님의 예화로 읽는 목음 묵상 '만남'>
<그림 설명>
홀맨 헌트(William Holman Hunt 1827-1910)
<세상의 빛(문 두드리는 그리스도)>, 1853-54, 캔버스에 유채, 125x60cm, 옥스퍼드 키블 칼리지 /GoodNews
그리스도는 왕 중의 왕의 모습으로 손에 등불을 들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림의 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손잡이가 없다.
안에서 열어주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등불을 들고 있는 그리스도는 문을 열어주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등불은 그리스도께서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빛으로 오셨음을 말한다. 또한 등불은 신앙과 기다림을 상징한다.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 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마를 13,33)
『보라, 내가 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고 있다.
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을 것이다.』(묵시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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