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한 자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는다는 고사성어 패군지장불어병(敗軍之將不語兵)
한(漢)나라의 유방(劉邦 BC247-BC195)이 위(魏)나라를 공격한 다음 그 여세를 몰아 한신(韓信 BC230-BC196)과 함께 조(趙)나라로 계속 진격했다. 한신(韓信)은 장이(張耳)와 함께 병사를 이끌고 정형(井陘)에서 내려와 조(趙)나라를 치려고 했다. 조(趙)나라 왕과 성안군(成安君)은 한나라 군사가 곧 쳐들어온다는 말을 듣자 병사를 정형(井陘) 어귀로 모이도록 했는데 이때 조(趙)나라에는 이좌거(李左車)라는 군사가 있었는데 그가 성안군(成安君)을 설득했다.
한신(韓信)의 부대가 오랜 기간 행군서 군량이 부족하고 사기가 떨어져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무리하게 공격하기보다는 지구전으로 대항하고 지금 정형(井陘)으로 가는 길은 폭이 좁아 수레 두 대가 나란히 갈 수 없으며 기병도 대열을 지어 갈 수 없으며 이러한 길이 수백 리나 이어지므로 그 형세로 보아 군수 보급을 차단시키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간하였지만 조(趙)나라 성안군(成安君)은 이좌거(李左車)의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대패하고 조(趙)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이윽고 이좌거(李左車)를 포박하여 한신(韓信) 앞으로 데리고 왔는데 그의 소문을 들은 한신(韓信)은 그를 손수 포박을 풀어 준 뒤 상석에 앉히고 극진히 예우하여 스승으로 삼고자 하였다. 그리고 한(漢)나라의 천하통일에 마지막 걸림돌로 남아 있는 연(燕)나라와 제(齊)나라를 쉽게 칠 수 있는 계책을 가르쳐
달라고 청하였다.
이에 이좌거(李左車)는
『敗軍之將 不可以言勇
亡國之大府 不可以圖存
패배한 군대의 장수는 무용(武勇)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며 망한 나라의 대부(大夫)는 나라 보존의 도모에 대해 논해서는 안 된다.라고 합니다. 싸움에 패한 자가 어찌 큰 일을 꾀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하면서 사양했다.
이좌거(李左車)가 주저하자 한신(韓信)은 강한 태도로 말했다.
『만약 성안군(成安君)이 그대의 계책을 들었다면 나는 당신의 포로가 되었을 것이오. 허나 그대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그대를 모실 수 있게 되었을 뿐이오. 나는 진심으로 그대의 계책을 따르겠으니 더 이상 사양하지 마시오.』라고 말하면서 진심으로 그의 고견을 청했다.
한신(韓信)의 인간미에 감탄한 이좌거(李左車)는 마침내 연(燕)나라와 제(齊)나라를 토벌하기 위한 계책을 올렸다.
臣聞智千慮 必有一失 愚者千慮 必有一得
故曰 狂夫之言 聖人擇焉 顧恐臣計 未必足用 顧效愚忠
『지혜로운 사람이라도 많은 생각을 하다 보면 반드시 하나쯤은 실책이 있다고 햇습니다. 어리석은 자라도 많은 생각 가운데 하나쯤은 좋은 계책을 낼 수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친 사람의 말에서라도 성인은 고를 것을 골라 취한다라고 했습니다. 저의 계책이 받아들여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으나 어리석은 저의 충성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좌거(李左車)는 한신(韓信)으로 하여금 연(燕)나라와 제(齊)나라를 칠 생각을 하지 말고 장병들을 쉬게 하라고 권했다. 한신(韓信)은 그의 계책이 옳다고 여겨 그 계책에 따라 연(燕)나라와 제(齊)나라를 굴복시켰다.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後列傳)에서 전해지는 고사성어가 패군지장불어병(敗軍之將不語兵)이다.
패군지장불어병(敗軍之將不語兵)이란 싸움에 진 병사는 병법을 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실패한 사람은 나중에 그 일에 대해 구구하게 변명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패군지장불어병(敗軍之將不語兵)과 같은 의미로 패군장불가이언용(敗軍將不可以言勇)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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