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큰 뜻이 있는 인간은 사소한 문제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고사성어 수과하욕(受跨下辱)

박남량 narciso 2019. 11. 25. 17:13


큰 뜻이 있는 인간은 사소한 문제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고사성어 수과하욕(受跨下辱)



중국 전한 시대의 초대황제인 유방(劉邦) 밑에서 활약, 수많은 공훈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한신(韓信)과 관련된 일화가 있다. 천하의 명장 한신(韓信)에게 젊은 시절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한(漢)나라를 건설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한초삼걸(漢初三杰)의 한 사람인 한신(韓信)은 수모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훗날을 도모한 사건이다.

중국 강소성 출신인 한신(韓信)은 젊었을 때 밥을 빌어먹을 정도로 가난했다. 어머니가 죽었지만 장례식도 치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그렇다고 뛰어난 재주나 언변도 없어 그저 남의 집에 얹혀 얻어먹곤 했다. 그래서 그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싫어했다. 그의 고향인 회음(淮陰)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렵게 지내고 있었으므로 다들 그를 보면 업신여기거나 놀려대었다. 하지만 마음 속에 큰 뜻을 품고 있었기에 항상 칼을 차고 다녔다.

어느 날 한신이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그 앞을 불량스러운 청년들이 가로막고 말했다.

"너 허리에 꽤 멋진 칼을 차고 다니던데, 사실은 겁쟁이지? 아니라면 그 칼로 나를 베어 봐, 못 하겠어? 그럼 내 다리 사이로 기어가."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다리 사이를 기어 나가라니, 더 이상의 굴욕은 없었다. 혈기가 왕성한 청년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였지만 한신(韓信)은 정면으로 충동하는 대신 머리를 숙여 그들의 가랑이 밑을 빠져나갔다. 역시 주위에서는 비웃음이 들끓었다. 하지만 한신의 마음은 이러했다.

"이 녀석을 베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 녀석을 베어도 이득이 될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동료들이 원수를 갚겠다고 성가시게 할 겅야. 치욕은 한순간이지만 뜻은 평생을 가는 것이지. 그래, 일단 참자. 큰 뜻을 펼치기 위해서라면 굴욕이건 겁쟁이라는 오명이건 받아들이자····"

그 후 이때의 일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았던 이가 바로 소하(蕭下)이다. 그를 유방(劉邦)에게 적극 추천했을 뿐만 아니라 대장군에 임명토록 함으로서 한신(韓信)은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다.

한(漢)나라의 개국공신이 되어 고향을 찾았는데 옛날 그에게 모욕을 주었던 건달을 불러와 "그때 내가 너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너를 죽이면 내가 살인자가 되어 도망다닐 수밖에 없어 내 꿈을 이룰 수 없을 것이므로 참았다."라고 하며 그에게 치안을 담당하는 중위(中尉)라는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한신이 어릴 때 수모를 당하고도 꿋꿋이 참아내며 큰일을 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수과하욕(受跨下辱)이다.

수과하욕(受跨下辱)이란 사타구니 아래로 기어간 치욕이라는 뜻으로 이보다 더 큰 치욕이 없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큰 뜻을 지닌 사람은 사소한 문제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비유로 쓰인다. 같은 뜻으로 과하지욕(跨下之辱)이 있다.
<꽃사진: 꽃창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