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닭의 주둥이가 되었으면 되었지 소 궁둥이는 되지 말라는
고사성어 영위계구 무위우후(寧爲鷄口 無爲牛後)
전국시대 중후기 중국은 합종연횡가(合從連衡家)들의 생존을 위한 치열한 외교전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진(秦)나라 효공(孝公)이 위(魏)나라 출신 상앙(商鞅)을 등용하여 변법을 시행한 이후 진(秦)나라는 일약 제후국의 강대국으로 발돋움하였다.
기존의 강대국 제나라와 신흥 강대국 진(秦)나라를 사이에 두고 주변 제후국들이 각자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내놓은 것이 이른바 연횡(連衡)과 합종(合從)이다. 연횡(連衡)을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이 장의(張儀)이며 합종(合從)을 주장한 대표적인 인물이 낙양(洛陽) 출신 소진(蘇秦)이다.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중국 전국시대 최고의 유세꾼으로 변론에 능했던 사람으로 전해지고 있어 두 사람의 이름을 합친 소진장의(蘇秦張儀)라는 고사성어가 생겼다. 소진장의(蘇秦張儀)란 매우 말을 잘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소진(蘇秦)이 각국의 역량을 연합하여 진나라의 침략에 맞서야 한다는 합종(合從)의 외교정책을 들고 연나라와 조나라 임금을 설득시킨 다음 조나라 숙후(肅侯)의 후원을 얻어 한나라로 가게 되었다.
소진(蘇秦)은 한나라 선혜왕(宣惠王)을 만나 이렇게 달랬다.
한나라는 지형이 천연적인 요새로 되어 있고 훌륭한 무기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군사들은 용감하기로 이름이 높다. 이러한 유리한 조건과 대왕의 현명한 자질로써 공연히 진나라의 비위만 맞추려 하고 있는다면 천하의 웃음거리밖에 될 것이 없다라고 했다.
한나라 선혜왕(宣惠王)은 소진(蘇秦)의 말에 약간 자신이 생기게 되었다. 그런 기미를 본 소진(蘇秦)은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대왕께서 서쪽으로 진나라를 섬기게 되면 진나라는 한나라에 땅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금년에 요구를 들어 주면 명년에 또 요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주다 보면 나중에는 줄 땅이 없게 되고 주지 않게 되면 지금까지 준 것이 아무 소용이 없어 화를 입게 될 것이 아닙니까. 또 대왕의 땅은 끝이 있지만 진나라의 요구는 끝이 없습니다. 끝이 있는 땅을 가지고 끝이 없는 요구를 들어 주지 못하면 이것이 이른바 '원한을 사서 화를 맺는다.'는 것으로 싸우기도 전에 땅부터 먼저 주게 되는 것입니다.
신이 듣건데 속담에 말하기를,
寧爲鷄口 無爲牛後
차라리 닭의 주둥이가 될망정 소 궁둥이는 되지 말라고 했습니다. 대왕의 현명하심으로 강한 한나라의 군사를 가지고 계시면서 소궁둥이의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대왕을 위해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말에 한나라 선혜왕(宣惠王)은 발끈 성이 나서 눈을 부릅뜨고 팔을 뽑아서 칼을 어루만지며 하늘을 우러러 보고 '과인이 아무리 못났지만 진나라를섬길 수는 없다.' 라고 말하였다.
옛부터 내려오는 속담을 소진(蘇秦)이 인용한 말이 사기(史記) 소진열전(蘇秦列傳)에 기록되어 전하는 고사성어가 영위계구 무위우후(寧爲鷄口 無爲牛後)이다.
영위계구 무위우후(寧爲鷄口 無爲牛後)란 차라리 닭의 주둥이가 되었으면 되었지 소 궁둥이는 되지 말라는 뜻이다.
현실에서 대기업을 선호하고 중소기업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물론 대기업은 안정성이 있고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적을지 몰라도 입사한 후에는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나 한평생 빛을 못 본 채 끝낼 가능성도 많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중소기업은 안정성이란 점에서는 뒤지겠지만 인재 층이 얇은 까닭에 기회가 많지 않을까. 영위계구 무위우후(寧爲鷄口 無爲牛後)란 큰 조직의 말단보다는 작은 조직의 수뇌가 되라는 경구의 의미도 있다.
또 우리의 정치판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가들은 자기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으며 바라보는 곳에 과연 오를 수 있는지 좀 따져 보지도 않고 그저 높은 자리에 올라갈 생각에 눈이 어둡거나 아니면 그냥 내질러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이다. 정치판은 계구우후(鷄口牛後)하려는 사람들만 득실거리니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마냥 피곤할 따름이다.
남다른 노력과 뛰어난 통찰력을 발휘하여 닭 주둥이가 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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