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지혜가 그 사람의 화와 복을 좌우한다는 고사성어 이해위린(利害爲隣)

박남량 narciso 2017. 12. 18. 13:59


지혜가 그 사람의 화와 복을 좌우한다는 고사성어 이해위린(利害爲隣)



"지혜는 화(禍)와 복(福)의 출입문이다." 회남자(淮南子)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들이 일을 벌일 때는 나름대로 판단해서 시작하지만, 결과는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어떤 것은 이롭고 어떤 것은 해롭다. 같은 일을 해도 결과가 다른 이유는 사람마다 지혜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남송(南宋) 시대의 도읍지였던 임안(臨安)에는 도둑들이 들끓었다. 아래야(我來也)라는 유명한 도둑이 있었다. 부잣집만 골라 터는 이 도둑은 물건을 훔칠 때마다 "我來也 (아래야) 내가 왔다 가노라."라는 세 글자를 남기고 사라져서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관아에서는 그를 잡으려고 혈안이었지만 어찌나 재빠른지 도무지 잡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아래야를 잡았다며 포졸이 도둑 하나를 관아에 끌고 왔다. 그러나 목격자와 장물을 찾지 못해 죄명을 붙일 수가 없어 일단 옥에 가두고 조사하기로 했다. 아래야가 아무리 신출귀몰한다 해도 감옥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그러넫 아래야한테는 감옥 열쇠는 없지만 남다른 지혜가 있었다. 어느 날 아래야라며 잡혀온 도둑이 옥졸에게 살살 수작을 걸었다.

"난 도둑은 맞지만, 아래야는 절대 아니오. 생사람을 잡는 것이지요. 이대로 평생을 감옥에서 썩게될 터인데, 억울해도 참을 수밖에요. 하지만 억울한 건 그동안 훔친 금은보화를 한 번 써보지도 못한다는 거요. 내가 밖에다가 엄청난 보물을 숨겨놨는데 말이오."

보물이라는 말에 옥졸이 귀를 쫑긋 세우고 다가왔다. 그러자 아래야가 더 솔깃한 말을 들려주었다.

"난 어차피 감옥에서 나가기 글렀으니 당신이나 찾아다 쓰시오. 그동안 나를 돌봐준 보답이라 여기시오. 보숙탑 꼭대기에 금덩이가 든 보따리를 숨겨놓았소."

이튿날 옥졸이 반신반의하며 보속탑을 뒤졌더니 과연 금덩이가 들어 있는 보따리가 나왔다. 그날부터 옥졸은 아래야를 더욱 극진히 돌봐주었다. 며칠이 지나자 아래야가 다시 옥졸에게 말했다.

"금은보화가 가득 든 항아리를 사랑교 밑에 숨겨 놓았으니 가져다 살림에 보태 쓰시오."

이번에도 항아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 뒤 아래야는 옥졸에게 임금님보다 더 귀하신 몸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아래야가 옥졸을 부르더니 이런 말을 했다.

"밤이 깊었는데, 나를 잠시만 풀어주시오.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고 금방 돌아오리다. 내가 준 보물의 대가라 치고 한 번 믿어 보시오."

옥졸은 그동안 받아먹은 게 있어 어쩔 수 없이 청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약속한 시간에 정확히 감옥으로 돌아왔다. 혹시나 했던 옥졸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튿날 아침 일찍 관아에는 간밤에 어느 부잣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부자가 잠에서 깨어보니 재물을 싹 털어가고 '我來也(아래야)'라는 세 글자만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진짜 아래야가 밖에서 설치고 있는데 엉뚱한 사람을 잡아놓고 있다고 관아는 발칵 뒤집혔다. 생사람을 잡았다고 생각한 관아는 옥에 있는 도둑을 서둘러 풀어주었다. 옥졸이 집에 돌아가니 아내가 도깨비에 홀린 표정으로 말했다.

"어젯밤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 보았더니 사람은 안 보이고 웬 보따리가 하나가 놓여 있더군요. 보따리를 집어 드니 어둠 속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어요. '이건 당신 남편에게 감사의 뜻으로 보내는 것이니 절대로 남에게 알리지 마시오.' 방에 들어와 보따리를 열어 보니 황금 덩어리가 가득 들어 있더라고요."

옥졸은 그제야 그 도둑이 진짜 아래야였음을 알게 되었다. 아래야는 도둑질만 잘하는 게 아니라 머리도 관아 사람들보다 한 수 위였다. 비록 도둑이지만 머리를 쓰는 일에 있어서는 경지에 이른 인물이었다.


중국 송(宋)나라 심숙이 쓴 해사(諧史)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이해위린(利害爲隣)이다.

이해위린(利害爲隣)이란 이익과 손해는 이웃과 같다는 뜻으로 이익과 손해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그 사람의 지혜에 따라 엇갈린다는 말이다. 지혜를 써서 손해를 이익으로 만드는가 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꿔나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꽃사진: 먼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