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고 고향에 돌아갈 면목이 없다는 고사성어 무면도강(無面渡江)
중국 진(秦)나라 말기에 유방(劉邦)과 항우(項羽)는 천하의 패권을 놓고 서로 겨루게 되었다. 처음 항우(項羽)의 우세로 전개되던 싸움은 장기화되면서 역전이 되었다. 항우(項羽)의 군대가 해하(垓下)에 진지를 구축했지만 군사는 터무늬없이 적고 식량 또한 거의 바닥이 나 있는 등 극한상황에 처했다.
그 상태에서 한나라 병사에게 여러 겹으로 포위당했으니 문자 그대로 풍전등화의 위기였다. 그런데 밤이 되자 한나라 병사들이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를 불렀다. 항우(項羽)가 크게 놀라 말했다.
"한나라 병사들이 이미 초나라의 모든 땅을 점령했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어찌하여 초나라 사람들이 저렇게 많을 수 있는가?"
이렇게 말하고는 항우(項羽)가 한밤중에 일어나 술을 마셨다. 항우(項羽)는 우(虞)미인을 사랑하여 전투 중에도 늘 데리고 다녔다. 옆에는 준마인 추(騅)도 있었는데 그가 언제나 타고 다니던 말이었다. 비감에 싸인 항우(項羽)가 울먹이는 소리로 시 한 수를 지어 읊었다.
力拔山兮氣蓋世(역발산혜기개세)
時不利兮騅不逝(시불이혜추불서)
騅不逝兮可奈何(추불서혜가내하)
虞兮虞兮奈若何(우혜우혜내약하)
힘은 산을 뽑고 기개는 온 세상을 덮는다.
그래도 시운을 못 만나니 명마 추가 나아가지 못하는구나.
말이 나아가지 않으니 이를 어찌할거나.
우미인이여, 우미인이여, 그대를 또한 어찌할거나.
항우(項羽)가 이렇게 여러 차례 노래를 부르자 곁에 있던 우(虞)미인도 따라 불렀다. 泣數行下(읍수행하) 이때 항우(項羽)의 뺨에 몇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항우(項羽)는 이렇게 눈물을 흘린 뒤에 혼신의 힘을 다해 포위망을 뚫고 마침내 오강(烏江)에 이른다. 이때 배를 준비하고 기다리던 부하가 말했다.
"강동 땅이 좁다지만 땅이 사방 천 리나 되며 백성은 수십만입니다. 그곳도 왕노릇하기에는 충분하니 한나라 군대가 오기 전에 어서 강을 건너십시오."
그러자 항우(項羽)가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강동의 8천여 장정들을 데리고 강을 건너 서쪽으로 갔는데, 지금은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설령 강동의 백성들이 나를 왕으로 추대할지라도 무슨 면목으로 그들을 볼 수 있겠는가?"
無面渡江(무면도강) 면목이 없어 강을 건너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항우(項羽)는 이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나이 31세 때였다.
사기(史記)의 항우열전(項羽列傳)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무면도강(無面渡江)이다.
무면도강(無面渡江)이란 면목이 없어 강을 건너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일에 실패하여 고향에 돌아갈 면목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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