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풀이나 나무까지 모두 적군으로 보인다는 고사성어 초목개병(草木皆兵)

박남량 narciso 2017. 12. 11. 14:47


풀이나 나무까지 모두 적군으로 보인다는 고사성어 초목개병(草木皆兵)



전진(前秦)의 황제 부견(符堅)이 백만대군을 이끌고 동진(東晉)을 침공했다. 당시 동진(東晉)의 군대는 불과 팔만 명 정도였으니 누가 봐도 상대가 되지 않는 병력이었다. 동진(東晉)의 백성들은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문에 아예 일손을 놓고 피난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동진(東晉)의 재상 사안(謝安)은 전쟁이 일어났어도 두려워하기는커녕 평상시처럼 침착히 대응했다. 사안(謝安)은 동생 사석(謝石)을 토벌대장군에 조카인 사현(謝玄)을 선봉장에 임명했다. 사현(謝玄)이 출전에 앞서 숙부인 사안(謝安)을 찾아가 다급한 마음으로 전략을 묻자 그는 엉뚱하게도 바둑판을 내오라고 하더니 조카와 한 판 두자고 청하는 것이었다.

바둑 실력으로는 조카가 항상 이길 만큼 고수였지만 이날만큼은 도무지 숙부를 꺾을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온통 전쟁 생각뿐이기 때문이었다. 바둑을 두는 사이에 조급한 마음이 가라앉아 평소와 같이 침착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제야 사안(謝安)은 사현(謝玄)에게 조목조목 전략을 지시했다.

필사의 각오로 전투에 임한 동진(東晉)의 군대는 속전속결의 기습작전을 통해 부견(符堅)이 보낸 선발대를 무찔렀다. 예상외의 초전박살에 동진(東晉)의 병사들은 적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반대로 전진(前秦)의 병사들은 상대가 소수정예의 강력한 군대라고 두려워하게 되었다.

얼마 후 양쪽 군대가 비수(淝水)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되었다. 부견(符堅)은 의외의 패배에 한 방 먹었지만 그래도 군사력에서 우위에 있는지라 크게 상심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부견(符堅)은 성(城)의 꼭대기에서 멀리 동진(東晉)의 군대가 진을 친 광경을 보고 깜찍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위용이 너무도 당당하고 한 치의 틈도 없어 보였던 것이다.

부견(符堅)은 눈을 돌려 건너편 산야를 바라보다가 또 한 번 자지러질 듯이 놀랐다. 동진(東晉)의 군사들이 草木皆兵(초목개병)  온 산 가득 자리 잡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언제 저토록 많은 병사들을 모았단 말인가. 가슴이 철렁해서 다시 한 번 살펴보니 그것은 병사들이 아니라 우거진 초목이었다. 부견(符堅)은 바람에 흔들이는 나뭇잎조차 적의 깃발로 보여 온몬이 으스스했다.

백만에 달하는 군사들을 이끌고 출전한 부견(符堅)이지만 마음속에 두려움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이 싸움은 이미 결판이 나고 말았다. 부견(符堅)이 작전상 후퇴를 명령했는데 병사들이 이를 철수하라는 말로 알아듣고 앞다퉈 도망치기 시작해서 자기들끼리 짓밟혀 죽고 강에 빠져 죽은 사람들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비수(淝水)의 흐름도 이로 인하여 멈추게 되었다.

혼비백산한 병사들은 風聲鶴唳(풍성학려) 바람 소리나 학의 울음 소리에도 적군이 나타난 줄 알고 도망을 쳤다. 중국 역사상 3대 전쟁의 하나로 손꼽히는 이 전쟁은 믿기지 않게도 수적으로 절대 열세였던 동진(東晉)의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진서(晉書) 사현재기(謝玄載記)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초목개병(草木皆兵)이다.

초목개병(草木皆兵)이란 적군의 기세에 겁을 먹어 풀이나 나무까지 모두 적군의 병사로 보인다는 뜻으로 상대를 두려워한 나머지 사소한 것에도 겁을 낸다는 말이다. <부산 지하철 낫개역 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