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나라의 쇠락과 패망을 암시하는 은유로 쓰이는 고사성어 비린읍봉(悲麟泣鳳)

박남량 narciso 2017. 12. 8. 12:28


나라의 쇠락과 패망을 암시하는 은유로 쓰이는 고사성어 비린읍봉(悲麟泣鳳)



<춘추(春秋)>를 기록한 공자(孔子)는 콩잎 하나에서 천하의  추세를 짐작하기도 했다. 노(魯)나라 애공(哀公)이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춘추를 보면 '한겨울인 12월에 서리가 내렸는데도 콩잎이 시들지 않았다.'고 하는 구절이 나옵니다. 어째서 이런 하찮은 일까지 기록했습니까?"

"그것은 시들어야 할 것이 시들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마땅히 죽어야 할 것이 죽지 않으면 한겨울에 봉숭아와 오얏이 열매를 맺게 됩니다. 초목이 자연의 법도를 어긴다는 것은 군주가 하늘의 법도를 어겼다는 징표가 아니겠습니까?"

시들지 않은 콩잎은 천하의 도리가 어긋나고 있다는 징후라는 것이다. 공자의 시대에는 초목과 금수가 하늘의 뜻에 감응하여 이상 징후를 보이는 일이 흔했다. 공자는 말년이 되었는데도 봉황이나 기린의 상서로운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을 한탄하기도 했다.

"성왕의 징조인 봉황새도 보이지 않고 황하에서는 등에 그림을 짊어진 용마도 나오지 않는구나. 아아, 내 인생도 이제 끝인가 보구나!"

봄에 대신들이 들판으로 사냥을 나갔는데 대부 숙손씨의 마부 서상이 희한하게 생긴 짐승을 잡았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상한 짐승을 놓고 재앙이 닥쳐올 징조라며 수근거렸다.

공자의 제자인 염유가 스승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공자가 궁금하여 직접 그 짐승이 있는 곳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공자는 잡힌 짐승을 보자마자 하늘을 우러러 눈물 지으며 말했다.

"이것은 기린이라는 짐승이다. 성인의 세상에나 나타나는 어진 짐승인데 이렇게 사람 손에 잡히다니..."

상서로운 영물이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 무도한 사람들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탄식이다. 당시 노나라는 숙손씨를 비롯한 대부들이 권력을 쥐고 정사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공자의 탄식은 곧 세상을 잘못 만난 자신의 운명에 대한 비탄이기도 했다.

기린은 원래 공자와 관련이 깊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공자의 어머니가 그를 잉태했을 때 기린이 나타나 위대한 현인의 탄생을 예고했다고 한다. 그런 영물이 어리석은 사람들에게 잡혀 죽게 되다니 공자는 여기서 자신의 비운을 엿보았다고 할 수 있다.


논어(論語)의 공자의 탄식에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비린읍봉(悲麟泣鳳) 또는 읍린비봉(泣麟悲鳳)이다.

비린읍봉(悲麟泣鳳)이란 기린이나 봉황은 상서로운 징조임이 분명하지만 어리석은 사람들은 길조마저도 흉조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공자의 탄식에서 유래된 이 표현은 나라의 쇠락과 패망을 암시하는 은유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