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지식보다는 행동이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고사성어 서족이기성명(書足以記姓名)

박남량 narciso 2014. 3. 3. 09:15



지식보다는 행동이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고사성어 서족이기성명(書足以記姓名)







항적(項籍)이라는 사람은 하상(下相)사람으로 자(字)를 우(羽)라고 했다. 그의 작은 아버지는 항양(項梁)이었는데 항양(項梁)의 아버지는 초나라 장군이었다. 항적(項籍)은 어릴 때 글을 배우다가 이루지 못하고 그만두었는데, 칼을 배우다가 또 이루지 못했다. 항양(項梁)이 화를 내며 그를 꾸짖자 항적(項籍)은 이렇게 말했다.

書足以記姓名而己  劍日人敵  不足學  學萬人敵

글은 성명만 기록하면 족하고
칼은 한 사람을 대적하는 것이니 배울 만한 것이 못됩니다.
많은 사람을 대적하는 것을 배우겠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은 아버지 항양(項梁)은 그에게 병법을 가르쳤다.
항적(項籍)은 대단히 기뻐하였으나 대강 그 뜻을 알고는 역시 끝까지 배우려 하지 않았다.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항우(項羽)는 어느 의미에서 학문을 등한시한 것이 아니라 머리가 부족하였던 것 같다. 그가 천하를 한 때 휩쓸고 뒤흔들게 된 것은 단순히 그의 백절불굴의 투지와 힘과 용맹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글이 사실상 필요 없었고  칼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았다. 병법도 남을 속이는 교묘한 작전 같은 것은 그에게 필요치 않았다.

그는 자기가 한 말처럼 산을 뽑을 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보통 사람이 하나만 입어도 귀찮은 갑옷을 일곱 겹이나 켜 입었고, 다른 장수들이 고작 삼십 근 철퇴를 드는 정도였는데 그는 삼백 근 철퇴를 나무 지팡이 휘두르듯 했다. 천리마를 타고 달리는 그의 철퇴에서는 칼도 창도 아무 소용이 없었고 그의 일곱 겹 갑옷에는 아무리 강한 화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에 가서는 해하(垓下)에서 패하고 오강(烏江)에서 자살을 함으로써 삼십일세라는 꽃다운 청춘을 장렬하고 처참한 비극으로 끝내고 만다. 역시 글을 읽지 못하고 병법을 배우지 못한 탓이 아니었을까?

사기(史記) 항우본기(項羽本記)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서족이기성명(書足以記姓名)이다.

서족이기성명(書足以記姓名)이란 글은 성과 이름만 기록할 줄 알면 그만이다란 말이다. 이것은 항우가 어릴 때 했다는 말로, 너무 학식만을 내세우는 사람들을 비웃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지식보다는 행동이다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