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지나간 일은 아쉬워도 깨끗이 단념한다는 고사성어 파증불고(破甑不顧)

박남량 narciso 2015. 11. 4. 12:35


지나간 일은 아쉬워도 깨끗이 단념한다는 고사성어 파증불고(破甑不顧)




후한(後漢) 시기 산동(産東)의 거록(巨鹿) 출신인 맹민(孟敏)이라는 사람이 태원(太原)이라는 곳에서 타향살이를 할 때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맹민(孟敏)이 시루를 등에 짊어지고 길을 가다가 실수로 荷甑墜地 不顧而去 시루를 땅에 떨어뜨려 산산조각을 내고 말았지만 그는 떨어진 시루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태연히 걸어갔다.

당시 태원(太原)지방의 대학자였던 곽태(郭泰)가 맹민(孟敏)의 행동이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이 있으므로 그에게 이유를 묻자 맹민(孟敏)은 이렇게 대답했다.

甑以破矣  視之何益 시루가 이미 깨졌는데 돌아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깨진 시루를 쳐다보아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마음인데 곽태(郭泰)는 맹민(孟敏)의 비범함을 알아보고 학문에 힘쓰도록 권유하여 훗날 맹민(孟敏)은 글공부에 전념하여 큰 학자가 되었고 삼공(三公)의 지위에 올랐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출면(黜免)편에 나오는 동진(東晉)시대 등하(鄧遐)라는 관리의 이야기이다.
등하(鄧遐)가 해임된 뒤에 산릉으로 돌아오다가 길에서 대사마(大司馬) 환온(桓溫)을 만났다. 환온(桓溫)이 그의 초췌한 몰골을 보고 물었다.
『그대는 무슨 일이 있어 몰골이 그리 되었소?』
대사마(大司馬) 환온(桓溫)의 물음에 등하(鄧遐)가 이렇게 대답했다.
『숙달(叔達)에 부끄러워서입니다. 맹민(孟敏)과 같이 깨진 질그릇에 미련두지 않을 수 없어서요.』
숙달(叔達)은 맹민(孟敏)의 자(字)이다.
 


후한서(後漢書)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파증불고(破甑不顧)이다.

파증불고(破甑不顧)란 깨진 시루는 돌아보지 않는다는 뜻으로 지나간 일이나 바로잡아 회복할 수 없는 일에 미련을 두지 않고 깨끗이 단념한다는 말이다. 인생은 흔히 선택의 연속이다. 잘못된 선택이 있을 수도 있다. 잘못된 선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 동안의 노력과 시간을 아까워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