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는 고사성어 낭패불감(狼狽不堪)

박남량 narciso 2015. 10. 23. 11:39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다는 고사성어 낭패불감(狼狽不堪)



삼국 시대 촉한(蜀漢)에 출사하여 상서랑에 이르고 몇 차례 오(吳)나라에 사자로 가서 외교 능력을 발휘하기도 하였으며 학문이 높은 이밀(李密 224-287)이라는 효자가 있었다. 옛 어른들은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를 읽고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고, 이밀(李密)의 진정표(陳情表)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효자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밀(李密)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개가하자 할머니 유씨의 손에서 자랐으며 효심이 두터워 명성이 자자했다. 오경에 정통하였으며 촉한(蜀漢)의 관리가 되었다. 촉한(蜀漢)이 멸망하자 진무제(秦武帝) 사마염(司馬炎)은 그를 태자세마(太子洗馬)로 임명하려고 했으나 번번이 거절하였다.

그렇지만 사마염(司馬炎)의 요청은 끊이지 않았고 이밀(李密)은 더 이상 거절할 방법이 없자 자신의 처지를 글로 써서 올리기로 하였다. 이밀(李密)의 진정표(陳情表)이다.이 글은 할머니 유씨의 병세가 위독하여 이밀(李密)이 부득이 관직을 사양하게됨을 무제(武帝)에게 고하는 글이다. 할머니에 대한 지극한 효성이 실려있다. 글 중에서 일부분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저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자애로우신 부친이 돌아가셨고, 나이 네 살 때 외삼촌이 어머니의 수절하려는 뜻을 빼앗아 개가를 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저를 불쌍히 여겨 몸소 어루만지며 키워 주셨습니다. 저는 백부, 숙부도 없는데다가 다른 형제도 없습니다. 가문이 쇠하고 박복하여 만년에야 겨우 자식을 두게 되었으니 의지할 곳이 없어 쓸쓸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할머니께서 연로(年老)하시고 일찍부터 병에 걸려 침상에 누워 계시니 제가 없으면 누가 할머니의 여생을 돌봐 드리겠습니까?

臣之進退 實爲狼狽(신지진퇴 실위낭패)
그렇지만 제가 관직을 받지 않으면 이 또한 폐하의 뜻을 어기는 것이 되니 오늘 신의 처지는 정말로 낭패스럽습니다.

烏鳥私情 願乞終養(오조사정 원걸종양)
까마귀가 어미새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으로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날까지라도 봉양하게 해 주십시오.』

이밀(李密)은 지극한 효성으로 할머니를 모셔 왔다는 점을 말하면서 자신의 관직까지 포기해야 할 정도라는 것이다. 이밀(李密)의 간곡한 요청에 감동한 사마염(司馬炎)은 노비 두 사람을 하사하면서 군현의 관리에게 명령하여 이밀(李密)의 할머니에게 의식을 제공하도록 하였다. 할머니가 죽고 상을 치룬 후에 출사해 태자세마, 상서랑이 되었다가 하내 온현의 현령이 되었다.

이밀(李密)의 진정표(陳情表)에서 말하는 낭(狼)과 패(狽)는 본래 동물 이리의 이름이다. 낭(狼)은 앞다리가 길고 패(狽)는 앞다리가 짧은 동물로, 낭(狼)은 패(狽)가 없으면 서지 못하고 패(狽)는 낭(狼)이 없으면 걷지 못하므로 반드시 함께 행동해야만 한다.


이밀(李密)의진정표(陳情表)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낭패불감(狼狽不堪)이다.

낭패불감(狼狽不堪)이란 낭패스럽다는 난감한 처지에 유래한 말로 어떤 상황에 닥쳐 어쩔 수 없어 이러기도 어렵고 저러기도 어려운 난감한 처지에 있음을 이르는 말이다. <꽃사진:소찰밥나무,자귀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