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좁은 식견으로서는 진상을 알 수 없다는 고사성어 용관규천(用管窺天)

박남량 narciso 2017. 1. 22. 15:06


좁은 식견으로서는 진상을 알 수 없다는 고사성어 용관규천(用管窺天)



춘추시대 말기 편작(扁鵲)이라는 명의(名醫)가 있었다. 편작(扁鵲)이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숙부인 괵중(虢仲)에게 내린 제후국인 괵(虢)나라에 갔을 때의 일이다. 괵(虢)나라 태자가 갑자기 죽었다며 장례 준비를 하고 있었다. 편작(扁鵲)이 궁궐의 어의를 만나 태자의 병에 대해 물어보자 어의는 자기의 진단 결과를 소상하게 알려주었다.

묵묵히 듣고 있던  편작(扁鵲)은 어의의 말을 듣고 태자가 가사(假死) 상태임을 알았다. 편작(扁鵲)이 태자가 죽은 게 언제인지를 묻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태자를 소생시키겠습니다. 어서 나를 인도하시오."

"무책임한 말은 하지 마시오. 태자는 이미 죽었소. 의술에 대해서는 나도 잘 아는데 다 끝난 일이오. 그리고 그런 말은 곧이 듣지 않을 것이요."

어의의 말을 듣고 편작(扁鵲)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用管窺天(용관규천) 당신의 의술은 대나무 대롱을 가지고 하늘을 엿보며, 좁은 틈새로 상황을 살피는 것과 같이 도저히 전체를 간파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나의 의술은 맥을 짚고 안색을 살필 것도 없이 다만 병의 상황을 듣는 것만으로도 병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덧붙여 말했다.

"만일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태자를 진단해 보십시오. 태자의 귀에서 소리가 나고 코가 벌름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입니다. 그리고 양쪽 허벅다리를 쓰다듬어 가다가 음부에 닿으면 아직 그곳이 따뜻할 것입니다."

놀란 어의가 다시 태자의 몸을 살펴보니 과연 편작(扁鵲)의 말 그대로였다. 이에 왕에게 아뢰어 편작(扁鵲)으로 하여금 태자를 치료하게 했다. 편작(扁鵲)이 침을 몇 번 놓자 태자가 숨을 쉬며 살아났다. 치료를 계속하자 태자가 일어나서 거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일이 소문나자 세상 사람들은 편작(扁鵲)을 가리켜 '죽은 사람도 능히 살리는 명의'라고 칭송했다. 그러자 편작(扁鵲)이 겸손히 말했다.

"나는 죽은 사람을 살린 게 아니라 스스로 살 수 있는 사람을 일어나게 해주었을 뿐이라오."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대나무 대롱을 통해 보고는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을 생매장할 뻔한 이야기다. 좁은 식견으로 세상을 판단하면 이 같은 망발을 저지르기 십상일 것이다. 세상에 우물 안 개구리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사기(史記)에 실려 있는 편작(扁鵲) 이야기다. 장자(莊子)도 우물 안 개구리에 대해 대롱을 통해 하늘을 엿본다는 뜻의 용관규천(用管窺天)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시야가 붓 대롱처럼 좁은 사람은 하늘이 얼마나 넓은지를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사기(史記) 편작 창공열전(扁鵲 倉公列傳)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용관규천(用管窺天)이다.

용관규천(用管窺天)이란 대롱의 구멍으로 하늘을 엿보듯이 좁은 식견으로는 광대한 사물을 살피더라도 그 진상을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즉 사물의 모습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용관규천(用管窺天)은 줄여서 관견(管見)이라고도 한다.<꽃사진: 둥글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