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고사성어 불친세사(不親細事)

박남량 narciso 2020. 3. 7. 16:51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고사성어 불친세사(不親細事)





제상(帝相)이란 문무백관을 통솔하고 황제에게 봉사하는 직책이다. 정치 전반에 걸친 집행은 대개 재상에게 달려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제상과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은 세부적인 일은 모두 부하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굵직굵직한 일만 처리하는 게 맞다. 즉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漢)나라의 제상(帝相)을 지낸 진평(陳平)이라는 승상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진평(陳平)은 젊은 황제 문제(文帝)의 신하였다. 취임한지 얼마 안 된 문제는 국정에 어두웠다. 하루는 진평에게 물었다.

"재판은 연간 어느 정도 있는가? 또한 국고의 수입과 지출은 어떠한가?"
"그런 것이라면 각각의 담당자에게 물어보심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담당이 누구인고?"
"재판은 형조판서이고 국고의 출납은 호조판서이옵니다."
"그럼 승상은 대체 무슨 일을 하는고?"
"감히 말씀 올립니다. 원래 승상의 임무는 위로는 천자를 보좌하고, 아래로는 모든 일이 잘 되고 있는지 감독을 합니다. 또한 밖으로는 사방의 오랑캐들과 제후들을 진압하여 평화롭게 하고, 안으로는 만백성을 통솔하고, 모든 관리들이 각자의 직책에 충실하도록 관리를 하옵니다."

왕은 비로소 납득을 하였다. "과연 그렇구나. 잘 알았다." 왕은 이렇게 말하고 진평을 칭찬하였다. 진평의 말에는 제상은 작은 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은 현명한 통솔 방법이다. 진평은 이러한 자세로 한(漢)제국을 통솔하였고 훗날 명제상으로 칭송이 자자했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작은 일에까지 세심하게 끼어들면 부하가 질려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반고(班固)의 한서열전(漢書列傳)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불친세사(不親細事)이다.

불친세사(不親細事)란 제상은 작은 일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제상불친세사(帝相不親細事)에서 나온 말로,  사소한 일에는 마음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꽃사진: 닭의 장풀 또는 달개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