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눈 진흙 위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이라는 고사성어 설니홍조(雪泥鴻爪)

박남량 narciso 2020. 3. 9. 19:24


눈 진흙 위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이라는 고사성어 설니홍조(雪泥鴻爪)



송(宋)나라 때 소식(蘇軾)이 아우 소철(蘇轍)이 민지(澠池)에서의 옛일을 회상하며 쓴 시(詩)에 화답하여 和子由澠池懷舊 (화자유민지회구) 쓴 시(詩)다.

人生到處知何似
(인생도처지하사) 應似飛鴻踏雪泥(응사비홍답설니)
泥上偶然留指爪(니상우연유지조) 飛鴻那復計東西(비홍나부계동서)
老僧已死成新塔(노승이사성신탑) 壞壁無由見舊題(괴벽무유견구제)
往日崎嶇還記否(왕일기구환기부) 路長人困蹇驢嘶(로장인곤건려시)

인생길 이르는 곳 무엇과 비슷한가
기러기가 눈  진흙을 밟는 것과 흡사하네
진흙 위에 우연히 발자국 남았어도
날아가면 어이 다시 동서를 헤아리라
노승은 이미 죽어 새 탑이 되어 섰고
벽 무너져 전에 쓴 시 찾아 볼 길이 없네

사람의 일생은 기러기가 눈 쌓인 진흙밭에 잠깐 내려 앉아 발자국을 남기는 것과 같다. 기러기는 다시금 후루룩 날아갔다. 어디로 갔는가? 알 수가 없다. 예전 우리 형제가 이곳을 지나다가 함께 묵은 일이 있었다. 그때 우리를 맞아 주던 노승은 그 사이에 세상을 떠나 새 탑에 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예전 절집 벽에 적어둔 시는 벽이 다 무너져 이제 와 찾을 길이 없다. 분명히 내 손으로 적었건만 무너진 벽과 함께 흙으로 돌아갔다.
노승은 육신을 허물고 탑속으로 들어갔다. 틀림없이 있었지만 어디에도 없다. 여보게 아우님! 그 가파르던 산길을 기억하는가? 길은 끝없이 길고, 사람은 지쳤는데 절룩거리는 노새마저 배가 고프다며 울어 대던 그 길 말일세. 이제 그 기억만 남았네. 그 안타깝던 마음만 이렇게 남았네.


소식(蘇軾)의 和子由澠池懷舊 (화자유민지회구)라는 시(詩)에서 나온 고사성어가 설니홍조(雪泥鴻爪)이다.

설니홍조(雪泥鴻爪)란 눈 진흙 위의 기러기 발자국이란 뜻으로, 분명히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자취만 남고 실체는 없다는 말이다. 눈 위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이 눈이 녹으면 없어진다는 뜻으로, 인생의 자취가 눈 녹듯이 사라져 무상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꽃사진: 목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