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시련과 적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고사성어 간위적막(艱危寂寞)

박남량 narciso 2020. 3. 1. 16:36


시련과 적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고사성어 간위적막(艱危寂寞)





艱危(어려움과 위험)와 寂寞(고요함, 적적함)은 조선 중기의 서얼 출신 유학자인 구봉(龜峯) 송익필(宋翼弼·1534~1599)의 <객중(客中)>이라는 시(詩)에 나오는 구절이다. 객중(客中) 시(詩)는 이렇다.

客髮渾如雪 (객발혼여설) 交情總是雲 (교정총시운)
艱危明物理 (간위명물리) 寂寞見心源 (적막견심원)
世遠言誰信 (세원언수신) 踪孤謗未分 (종고방미분)
山花開又落 (산화개우락) 江月自虧圓 (강월자휴원)

나그네 살쩍 온통 흰 눈과 같고  사귐의 정 모두 다 구름이로구나
시련 속에 사물 이치 분명해지고  적막해야 마음 근원 드러난다네
세상 멀어 누구 말을 믿어야 할까  외로운 자취 헐뜯음 분간 안 되네
산꽃은 피었다간 다시 또 지고  강 달은 둥글었다 이지러지네

나그네로 떠돌다 물에 비친 체 낯을 보니, 귀밑머리 털이 성성하다. 그 많던 친구들도 구름처럼 흩어져 아무도 없다. 뼈아픈 간난(艱危)의 시간을 겪고 나니 그제야 비로소 세상 이치가 분명하게 보인다. 그땐 왜 그랬을까? 적막 속에 자신과 맞대면하는 동안 내 마음의 밑자락을 가늠하게 되었다. 세상길은 이미 저만치 빗겨 있으니, 가늠 없이 이러쿵 저러쿵 하는 말에 마음 쓰지 않으리라. 홀로 가는 길에서 이런저런 비방쯤은 개의치 않겠다. 꽃은 지게 마련이다. 지는 꽃을 슬퍼하랴. 달은 찼다간 기우나니 특별히 마음 쓸 일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艱危(어려움과 위험)의 시련만이 아니라 寂寞(고요함, 적적함)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역경이 없이 순탄하기만한 삶은 단조하고 무료하다. 고요 속에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마음의 길이 비로소 선명해진다.


송익필(宋翼弼)의 <客中(객중)>이라는 시(詩)에서 유래하는 고사성어가 간위적막(艱危寂寞)이다.

간위적막(艱危寂寞)
이란 시련과 적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시련 속에 사물 이치 분명해지고 적막해야 마음 근원 드러난다는 말이다. 역경이 없이 순탄하기만 한 삶은 단초하고 무료하며, 고요 속에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마음의 길이 비로소 선명해진다는 말이다.<꽃사진: 부레옥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