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성어

자신의 처지를 미루어 다른 사람의 형편을 헤아린다는 고사성어 추기급인(推己及人)

박남량 narciso 2017. 5. 1. 13:14


자신의 처지를 미루어 다른 사람의 형편을 헤아린다는 고사성어 추기급인(推己及人)


 

중국 춘추시대 때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제(齊)나라에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큰 눈이 내렸다. 제(齊)나라의 왕 경공(景公)은 따뜻한 방 안에서 여우털로 만든 옷을 입고 설경(雪景)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었다.

경공(景公)은 눈이 계속 내리면 온 세상이 더욱 깨끗하고 아름다워질 것이라 생각하고 눈이 많이 내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때 재상인 안자(晏子BC ?-BC 500)가 경공(景公)의 곁으로 다가와 창문 밖 가득 쌓인 눈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경공(景公)은 안자(晏子) 역시 설경에 도취된 것이라고 생각하여 조금 들뜬 목소리로 말하였다.

“올해 날씨는 이상하군. 사흘 동안이나 눈이 내려 땅을 뒤덮었건만 마치 봄날처럼 따뜻한 게 조금도 춥지 않군.”

그러자 안자(晏子)는 경공(景公)의 여우털 옷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렇게 되물었다.

“정말로 날씨가 춥지 않으십니까?”

경공(景公)은 안자(晏子)가 왜 그렇게 묻는지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생각도 않고 그저 웃기만 하였다. 그러자 안자(晏子)는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옛날의 현명한 군주들은 자기가 배불리 먹으면 누군가가 굶주리지 않을까를 생각하고, 자기가 따뜻한 옷을 입으면 누군가가 얼어 죽지 않을까를 걱정했으며, 자기의 몸이 편안하면 또 누군가가 피로해 하지 않을까를 늘 염려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공(景公)께서는 자신 이외에는 다른 사람을 전혀 배려하지 않으시는군요.”

폐부를 찌르는 안자(晏子)의 말에 경공(景公)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경공(景公)은 군주로서 백성의 처지를 먼저 살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일상에 묻혀 눈 오는 경치에만 정신을 빼앗긴 채 추위에 떨고 있을 백성들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주자(朱子)의 여범직각서(與氾直閣書)에서 유래되는 고사성어가 추기급인(推己及人)이다.

추기급인(推己及人)이란 ‘제 배 부르면 남의 배 고픈 줄 모른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말로, 자신의 처지를 미루어 다른 사람의 형편을 헤아린다는 말이다. <꽃사진: 괭이밥>